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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원자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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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는 '원자력 유토피아'에 대한 기대로 부푼 시대였다. 원자력 상업 발전이 시작되면서 핵에너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타자기만 한 크기의 원자로가 모든 가정과 공장에 에너지를 공급하며 핵 에너지가 자동차와 기차, 비행기에서부터 냉장고, 심지어는 손목시계까지 모든 것을 작동시킬 것이란 생각이 현실의 옷을 걸치고 나타났다.

1958년 포드 자동차가 시도한 핵 추진 자동차 '뉴클레온'(Nucleon)이 대표적인 사례다. 초소형 원자로를 트렁크에 탑재해 한 번에 8천㎞를 달리고 소음과 배출 가스도 거의 없는 자동차, 핵 연료가 소진되면 주유소가 아닌 '원자로 교체소'에서 핵 연료를 교체한다는 것이 이 자동차의 기본 콘셉트였다. 경제적인 저공해 자동차로 각광받을 것 같았던 이 자동차는 그러나 '콘셉트카'로 끝났다. 사고로 원자로가 손상될 경우 생길 방사능 누출 위험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포드 자동차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8분의 3 축소 모델만 제작됐을 뿐 원자로를 탑재하고 작동이 되는 실제 모델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핵 추진 자동차'뿐만 아니라 핵 추진 비행기, 기차, 손목시계 등도 생각에 그쳤지만 원자력발전은 전 세계로 퍼져갔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방사능 누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 매력적인 경제성 때문에 각국은 원전 건설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가동 중인 443기에다 2030년까지 약 430기가 추가로 건설돼 1천20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여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2017년까지 '원자력 제로'를 선언한 독일을 비롯한 각국이 원전 재검토에 들어갔다. 풍력, 태양력 등 신재생 에너지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풍력발전만 해도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풍력발전으로 전체 에너지 수요의 20%를 충당하는 덴마크의 경우 풍력발전의 탄소 감축 기여도는 미미하다고 한다. 바람이 잘 때는 화석연료로 발전량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촌은 원전을 포기할 수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와 마주하고 있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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