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수돗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무척 고민스러워요."
대지진이 발생한 일본 군마(群馬)현 군마대학 교환학생으로 있다가 지난달 귀국한 조미애(23'여'영남대 일어일문학과) 씨는 일본 출국을 앞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 9월 군마대에서 한 학기를 마치고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일본에 가려 했지만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때문에 발이 묶였다.
"한국에 잠시 나온 덕분에 지진 피해를 겪진 않았지만 당초 일정은 이달 12일 일본으로 건너가 남은 학기를 마칠 계획이었어요. 출국 전날 일본에서 지진이 터지는 바람에 하염없이 일본 소식만 기다리고 있어요."
조 씨는 "군마대 교수님이 보내온 메일에는 지진 당시 선반에 올려 둔 물건이 떨어지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았지만 최근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10배에 달한다고 알려왔다"며 "방사능 걱정에 부모님도 가지말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학교가 있는 군마현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10㎞, 센다이에서 남서쪽으로 200㎞가량 떨어져 있어 지진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방사성 물질에 따른 2차 피해엔 안전지대가 아닌 탓이다.
그래서 조 씨는 남은 학기를 마치고 싶지만 부모님과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만류해 아직 출국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달 28일까지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지진은 걱정되지 않지만 방사능 유출 때문에 주저하고 있어요."
일본 자취방에는 책, 가전제품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휴대전화, 인터넷은 여전히 개통된 상태이고, 집세도 밀려 있다고 했다. 조 씨는 "출국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주인 아주머니에게 뒷일을 부탁해야 하는 데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부담이 된다"며 "목숨을 건진 대가로 생각하고 개인 물품은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일본보다 한국이 일본 지진과 방사능 노출에 대해 더 우려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인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 일상과 별로 다르지 않은 데 우리가 더 걱정을 하는 것 같아요. 대지진 피해와 원전 상황이 하루빨리 정상화돼 일본에 가서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