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가 정치논리에 묻혀선 안돼" 할 말은 하는 '김폴레옹'

김성호 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

"정치는 빼야 합니다."

다짜고짜 신공항 얘기부터 꺼냈다. 밀양이든 부산이든 경제 논리가 정치에 묻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만난 김성호 (재)행복세상 이사장은 작은 체구에 야무져 보였다. '작은 거인' '김폴레옹'이란 별명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 수서 비리 사건, 공군 참모총장 인사 비리, 율곡비리, 장영자'이철희 어음사기 사건 등 대형사건을 수사하면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기에 붙은 별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장관 재직시에도 체구는 작지만 '할 말은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직원들이 그의 퇴임식 날 '말 탄 김폴레옹 캐릭터'와 '한복 입은 캐릭터' 2개를 선물하기도 했다.

행복세상과의 만남도 청렴하고 강직한 성격에서 비롯됐다. 2007년 9월 법무장관 퇴임 때 직원들이 '김성호의 행복세상'이라는 홈페이지를 선물로 만들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비록 사이버상의 우물이었지만 김 이사장에게 큰 바다로 다가왔다. 장관 시절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행복국가건설을 정책 목표로 삼고 직원들과 합심한 발자취이기도 한 때문이다.

그해 12월 행복세상을 설립했고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대구와의 만남 역시 곧고 강직한 성품에서 나왔다. 2003년 청주지검으로 발령났지만 하루 만에 번복돼 대구지검장으로 부임했다. 갑작스런 인사에 달랑 옷가지 몇 개 챙겨온 것이 전부. 발령신고도 하지 못했다.

당시 대구는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로 큰 슬픔에 빠져 있었고 불법 집회 등 법질서가 약화돼 있는 상태였다.

김 이사장은 "유족에게 상처주고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한 상황에서 법질서를 확립하기란 무척 이나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가난이 스승이었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판자촌에서 생활했고 학비가 없어 중'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기에 항상 약자편에 섰다. 이 때문에 행복세상은 '국민의 행복'을 최고 가치로 삼고 법치주의 확립, 경제적 번영, 국민의 안전을 3대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규제 개선에 대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기업규제 혁파를 강조해 친기업 장관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재단 업무 중 상당 부분이 기업 규제개혁에 맞춰져 있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법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요구되는 부분"이라며 "법치가 잘돼 법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제각각 필요한 단계에서 로비처를 찾아다니게 되고, 결국 정경유착이 생기며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법률을 제거하거나 고쳐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번듯한 이론이나 구호에 머물지 않고 사회 각 분야의 반(反)법치, 부패,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행동가로서의 역할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김 이사장은 30일 오후 6시 30분 대구 북구 산격동 호텔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있을 '제1회 대구행복포럼'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약력 : 1950년 경남 남해. 1972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 합격. 1979년 서울지검 검사. 2003년 대구지검 검사장. 2004년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 2006년 법무부 장관(58대). 2008년 국정원장(29대). 2009년 재단법인 행복세상 대표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