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한 분이 교차로에서 갑자기 바뀐 신호등 경보소리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지만 누구 하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지체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로 장애인의 불편한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허 씨는 차를 주차시켜놓고 "앞을 못 보는 분이 이렇게 큰 도로를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며 팔짱을 껴서 안전한 곳까지 모셔 드렸다.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라며 환하게 웃어주던 시각장애인의 모습이 하루 종일 눈에 어른거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뿌듯했다"고 했다.
허 씨는 바로 다음날 동구자원봉사센터를 찾아가 자원봉사 회원으로 등록을 했다.
점차 봉사활동에 재미를 붙인 그는 남의 도움이 없이는 바깥세상 구경이 힘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2009년에 '시봉회'(시각장애인봉사단체)를 결성했다. 주부, 직장인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시봉회는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산행을 한다. 3년째 가산산성 초래봉 등 30여 곳에서 시각장애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허 회장은 시각장애인 산행봉사 외에도 지역복지관 재활원에서 목욕봉사와 놀아주기 및 식사도우미 봉사를 하고 있다. 암병동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활동과 새터민 정착지원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여념이 없다.
허 씨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46세의 나이에 올 3월 사회복지학과에 복학했다. 아들 또래의 학생들과 복지학을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재활원을 설립해 장애인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생각하면 힘든 공부도 쉽게만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달 27일 함께 가산산성 산행을 한 김선호 시각장애인은 "매월 산행 때마다 따뜻한 물과 로프, 보온 담요를 준비하는 등 세심한 배려로 안전한 산행을 도와줘 너무 고맙다"며 "허 회장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 밝은 빛 같은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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