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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살인자, 화가, 그리고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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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트 뢰크 지음/최용찬 옮김/창비 펴냄

르네상스 명화(名畵)에 숨겨진 살인사건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회화의 군주'라 불렸던 삐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그림 '채찍질'에 담긴 비밀스러운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낸 책이다. 이제껏 주목받지 못했던 사료들을 활용해 그림의 미세한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파헤쳐가는 저자의 추리를 따라가는 동안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매혹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저자인 뢰크 교수는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산악도시 우르비노(Urbino)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이유는 우르비노의 마르께 국립미술관에 '채찍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 1444년 7월 22일 밤, 우르비노의 젊은 공작 오단또니오 다 몬떼펠뜨로는 그의 최측근 고문관 두 명과 함께 자신의 궁정에서 살해당한다. 공작으로 임명받은 지 겨우 1년이 지난 때였다. 그리고 암살이 일어난 바로 다음날, 그의 이복동생인 페데리꼬 다 몬떼펠뜨로가 공작의 지위를 이어받아 우르비노의 새로운 통치자가 된다. 신속하고 매끄럽게 진행된 이 권력승계의 이면에는 그러나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암투와 '형제 살인'이 숨겨져 있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지은이는 프란체스까의 '채찍질'이 바로 이 살인사건을 고발하는 살인기소장이며, 피고는 다름 아닌 우르비노의 새 공작 페데리꼬 다 몬떼펠뜨로라고 주장한다. 419쪽, 2만5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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