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산동 조경미씨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우방아파트 조경미(39) 씨의 집은 온통 초록빛이다. 거실에는 봄꽃들이 화사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발코니는 미니 화원이다. 어린이 주먹보다 작은 앙증맞은 화분들과 함께 대형 난까지 600여 점이 진열돼 있을 정도로 독특한 모양의 정원을 구성했다. 마치 꽃과 나무를 놀랍도록 영리하게 배치한 유럽 호텔의 한 장면 같다. 선반에 화분을 죽 늘어놓기만 했는데도 멋스럽다. 아파트 창 밖에는 선반을 걸고 화분을 진열했다.
"꽃은 키우는 사람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고, 색깔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꽃을 키워본 조 씨의 경험담이다. 주부인 조 씨가 화초 기르기에 관심을 둔 것은 4년 전이다.
자녀 둘을 학교에 보내고 나니 별달리 할 일이 없어지면서 우울증이 오는 것 같았다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가다가 경찰청 앞에 있는 꽃집에 들러 꽃구경을 하던 중 그곳 주인인 김영희 대표가 꽃 기르기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친해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화초기르기에 관심을 가지고 꽃 화분을 하나둘씩 사서 기르기 시작하면서 이젠 '꽃박사'가 됐다. "꽃을 기르니까 소연(10'초교 4년)'도연(7'초교 1년)이도 '꽃이 정말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등 정서적으로도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남편 김광수(39) 씨도 숨은 조력자다. 김 씨는 "꽃을 기르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꽃을 보는 것은 좋아한다"고 말한다. 집안에서 화초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 조 씨는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발코니에서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가장 주의할 점은 물주기와 햇볕이다.
하지만, 더 명심해야 할 것은 한 달에 한번 주기적으로 약을 뿌려줘야 한다는 것. 그래야 진드기 등 벌레가 발생하지 않아 꽃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
조 씨는 "정원이 없어도 아주 멋진 화단을 만들 수 있어요.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뀌어질 거예요"라고 권한다.
##칠곡 팔공산 자락 신민경씨
동강 할미꽃'바람꽃'누운 주름'무늬바위 장대. 모두 산과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우리 들풀 이름이다.
칠곡군 동명면 팔공산 자락의 우정토속음식점(대표 신민경)은 야생초 천국이다. 거실에는 수백 점의 다육식물이 진열돼 있고, 앞마당에는 앙증맞은 들풀과 들꽃 130여 종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달 말쯤 그동안 애지중지해온 들풀과 들꽃을 일반인들에게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주인 신 씨는 "야생초는 마치 아기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정말 재미있어요. 단 하루라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곧 시들어 버리는 등 성격이 까탈스럽지만, 그럴수록 키우는 재미가 더 좋아요. 가녀린 아기 같은 들풀들을 정성 들여 키우다 보면 행복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신 씨가 야생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이종사촌 언니인 권순자(61) 씨 덕분이다. 권 씨는 20년 전부터 우리 들풀과 들꽃을 키워 온 전문가다.
경북 영양 석보면이 고향인 신 씨는 농촌 출신이라 결혼 후 아파트에 살면서도 관엽식물을 키우는 등 꽃 기르기에 남다른 취미를 가졌다.
2006년 팔공산 기슭으로 이사를 한 후 야생초 기르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어릴 때 들과 산에서 늘 봐온 들풀이어서 더 친근한 느낌이었는데 때마침 옆집에 사는 이종사촌 언니가 야생초를 길러보라고 권유하면서 본격적으로 들꽃 기르기를 시작했다는 것.
"키우기는 정말 어려워요. 매일 두 번 정도 물주고, 보살펴 줘야 하는 등 정성을 기울여야 해서 자식키우기보다 더 힘들지만 그래도 튼튼하게 자라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아주 사랑스럽고 대견합니다." 요즘은 동네 부녀회장 엄숙희(48) 씨도 가세했다. 엄 씨도 다육식물을 키우다가 야생화로 전환, 야생초 마니아가 됐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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