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권 민물 낚시 모임 '오수조우회'

자연사랑 실천하며 '대어의 꿈' 쫓는 강태공

민물 낚시인들의 친선 모임인 오수조우회(俉水釣友會·회장 김길한)가 낚시의 계절을 맞아 꿈틀거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붕어를 찾아다니며 인생 공부를 하고 있는 오수조우회는 영남권에서 알아주는 꾼들로 구성돼 있다.

2001년 창립, 올해로 11년째인 오수조우회 회원들은 낚시를 통해 돈독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오수(俉水)란 이름은 창립 당시 '오짜(50대)들이 물가에서 모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둘째 주에 접어들면 정기출조(토요일) 날짜를 손꼽으며 "이번만큼은 금돼지(월척에 걸려 있는 상품)를 잡겠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결국은 희망사항으로 끝나지만 그래도 매번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오수조우회는 출범 후 전국 100곳 이상의 저수지를 섭렵, 나름대로 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오수조우회가 거쳐 간 낚시터는 청소차가 지나간 것처럼 맑고 깨끗한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둘째 주 토요일인 이달 9일 오수조우회는 영천시 청통면 소재의 아담한 소류지에서 정기출조를 가졌다.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만남이다. 이 소류지는 지난해 9월 정기출조한 적이 있는 곳으로 당시 조황 부진으로 시상 대상이 없어 금돼지 한 마리가 다음 달로 이월됐다. 금돼지는 2009년 10월 이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정기출조에는 회원 14명 중 김길한(닉네임 아리수'아이세상 유치원 대표) 회장 등 10명이 참석, 친목과 우의를 다졌다. 회원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금돼지 획득을 위해 붕어와 신경전을 펼쳤으나, 모두 붕어로부터 외면받았다.

오수조우회는 낚싯대 편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20대를 편성해도 좋고 1, 2대만 편성해도 상관이 없다. 대를 많이 편성한다고 해서 1등을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역대 시상식에서 대를 많이 편성한 회원이 소득을 낸 일은 거의 없다. 대를 펴고 접는 데 시간만 낭비했다는 핀잔을 들었다.

회원들은 모두 20년 이상의 낚시 경력을 자랑한다. 초대 회장을 역임한 박성호(대사형·전 대구시 행정사무관) 고문은 35년, 주태호(대구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 특별회원은 33년의 조력을 지니고 있다. 김길한 회장과 장원기(무월사·여행사 대표) 부회장, 류기찬(왕눈이·언론인) 부회장, 유재익(편한자리·영천중 교감), 홍준기(만물사랑'포철중 행정실장) 회원의 조력은 30년이다. 이들 중 부회장 왕눈이는 '떡밥낚시의 달인'으로 소문(?)나 정기출조 때마다 회원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또 40, 50대인 오명석(빈망태·회사원) 총무와 류재상(류대감·공무원), 이광재(알통·회사원), 안해상(참고기·회사원), 이은수(물찬제비·회사원) 회원도 각각 20년 이상의 조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오수회에서 젊음과 힘을 바탕으로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한다.

하지만 회원들은 하나같이 "직장생활에 얽매여 세월만 흘렀지 꾼으로서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겸손해했다.

무엇보다 오수조우회 회원들은 자연을 아끼고 환경을 지키려는 남다른 마음을 갖고 있다. 쓰레기를 줍는 집게는 낚시가방에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쓰레기종량제 봉투는 단체로 구입한다. 박성호 고문은 최고의 환경 지킴이다. 그는 낚시는 뒤로하고 매번 저수지 전체를 돌며 쓰레기 줍기에 더 열심이어서 붕어보다 쓰레기를 더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평소 술을 즐기다 보니 간혹 야광찌도 꺾지 못하고 취침에 들어가는 회원(1명)도 있다. 하지만 넓은 저수지에서 금돼지를 잡겠다는 마음을 비우고 잠을 청하는 그를 회원들은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회원으로 여긴다. 회원들은 모두 막걸리를 좋아해 평일에도 한 번씩 대구 반월당의 식당에서 만나 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오수조우회는 잡은 붕어는 계측 후 방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간혹 손자나 아이들 먹인다고 잡은 고기를 욕심내는 회원도 있지만 정해진 회칙의 준엄함에 스스로 고개를 숙인다.

오수조우회는 1월 총회, 2월 코스답사 겸 낮낚시, 3월 시조회, 4·5·7월 밤낚시 정기출조, 8월은 혹서기 휴식, 9'10월 밤낚시 정기출조, 6월 대구경북 친선낚시대회 주최, 11월 납회, 12월 겨울바다 여행 등으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초대 회장 박성호, 2대 회장 김창수 고문에 이어 올해 3년째 오수조우회를 이끌고 있는 김길한 3대 회장은 "오수회는 지역의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충실히 역할을 해오고 있는 회원으로 구성된 평범한 모임"이라며 "회원 모두 욕심 없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낚시를 다닌다"고 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