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빗물에 대한 오해는 대단하다. 특히 산성비가 몸에 해롭다는 인식은 완강한 벽이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는 산성비이기 때문에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 빗물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렵다.'
'빗물박사' 한무영 교수는 "산성비는 괴담이자, 편견에 불과하다. 정말 비를 맞아서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내가 다 심어주겠다"고 확언한다. 한 교수는 콜라나 맥주, 오렌지주스, 사과즙, 요구르트 같은 제품은 산성비보다 100배, 1천 배나 더 강한 산성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피부에 좋다는 유황온천, 샴푸와 린스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산성비보다 훨씬 강한 산성을 띤다.
산성비가 숲을 죽이고, 토양을 산성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비는 모두 산성이다. 깨끗한 대기에서 내리는 비도 산성이다.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내리는 비는 산성이 조금 더 강할 뿐이다. 그러나 빗방울은 땅에 떨어지면 곧 중성, 알칼리성으로 변한다. 한국의 토양에는 엄청난 양의 황사가 섞여 있고, 이 황사는 빗물이 떨어지는 즉시 중화시키거나 알칼리성으로 변화시킨다. 그러니 산성비가 숲을 죽이고, 토양을 산성화시킨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말한다.
한무영 교수는 특별한 대기오염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국에 강한 산성비가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비가 내린다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황이나 질소산화물, 분진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양이 매우 적고, 20분쯤 내리고 나면 대기 중의 오염물질은 다 씻겨 내려간다고 말한다. 그 뒤부터 내리는 비는 거의 증류수에 가까운 순수한 빗물이라는 것이다.(알다시피 빗물은 대지와 공기 중의 증기가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는 것이다.)
"한때 산성비에 대한 경고가 터져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1970년대, 1980년대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의 오염에 대한 경고였다. 그 경고를 받들어 연기와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지금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산성비' 이야기는 사라졌다. '산성비 괴담'은 오염이 심했던 미국과 유럽에서도 사라졌는데, 이 한참 지난 이야기가 한국사회에서는 위력을 발휘한다. 그것도 한국 상황이 아닌 유럽의 옛 상황을 두고 말이다."
지은이 한무영 교수는 "지하수는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검사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땅속에 오염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물은 증류수인 만큼 깨끗하다. 어떤 면에서는 빗물이 가장 깨끗한 물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빗물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해수를 기계 장치로 담수화할 경우 약 3%를 쓸 수 있지만 빗물은 97%를 쓸 수 있다. 쓸 만한 물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 차이가 엄청난 것이다. 이 비용은 결국 환경오염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이보다는 곳곳에 연못을 만들고, 다랑논이 부활할 경우 오염과 비용을 줄이면서 좋은 수질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예로 2006년 완공된 서울 광진구의 주상복합건물인 스타시티에는 빗물 저장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 건물 입주민들은 빗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물값을 따로 내지 않으며, 한강에서 물을 적게 끌어온 덕분에 에너지 절약에도 커다란 효과를 발휘했다. 이 건물의 빗물 시설은 2008년 국제물학회지의 커버스토리에 '세계적인 미래형 물관리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은이는 산성비로 인한 민물고기 수난이나 수서생물의 문제 역시 한국상황과 관계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주요 하천과 저수댐의 물 모두 중성에 가까운 약 알칼리성으로 pH수치는 7.3∼8.4 정도다. 물고기를 비롯한 수서생물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 때문에 피해를 입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지은이 한무영은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1년부터 서울대에 빗물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빗물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244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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