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쿠시마 韓근로자 모집' 광고…네티즌 "현대판 징용"

국내 시공사 결국 광고 내려

국내 한 조립식 건물 시공업체가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지역에서 일할 한국인 근로자를 모집한다는 온라인 구인광고를 내자 네티즌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조립식 주택 건설업체인 H사는 24일 국내 온라인 구직사이트 게시판에'일본 후쿠시마 지진피해지역 주민을 위한 임시거주지 공사'를 위한 '조립식주택 기술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다음달부터 8월 말까지 4개월 동안 일본 후쿠시마 외곽 지역에서 일할 목공, 벽지, 전기, 설비 기술자 총 105명을 구한다는 내용. 월 급여는 400만원에서 650만원이며, 근무지는 후쿠시마 외곽 안전지대로 표기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일본인도 가기를 꺼리는 후쿠시마에 돈을 미끼로 한국인을 끌어 모으려는 것.'현대판 징용'이다", "돈을 앞세워 죽음을 담보로 일꾼을 사려는 발상"등 업체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트위터 아이디'@clea***'는 "사립대 한 한기 등록금을 월급으로 내걸고 원전이 폭발한 곳에서 일을 하라니 어이가 없다"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강제징용이 아니라 민간 차원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일꾼을 구해야지, 왜 우리나라에서 구하느냐"며 업체를 비난했다.

어마어마한 월급을 내건 업체의 광고를 보며 씁쓸해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아이디'@andy***'는 "대한민국이 생존을 담보로 일에 뛰어들어야 할 만큼 구직난이 심각하다니 참으로 자존심이 상하고 너무 슬프다"고 했다.

트위터 아이디 '@wat***'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월 650만원 준다는데 혹하는 내 모습을 보니 슬프다"고 글을 썼고, 한 네티즌은 "월 650만원에 숙식과 비행기 값까지 업체에서 다 지원해주니 방사능 위험에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온라인에서 비난이 일자 부담을 느낀 H사는 24일 오전 모집 광고를 구인사이트에서 내렸다. H사는 일본의 한 건설업체로부터 지진피해민 임시 거주지 조성공사의 일부 공사 물량을 의뢰받은 하청업체로 확인됐다.

이 모집광고에는 광고를 내리기 전인 24일 오전까지 80여 명이 지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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