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여년간 사고 한번 없었는데…" 김근섭 대일산악회 회장

"여태 사고 한번 없이 등산을 잘했는데. 왜 하필 이런 일이…."

24일 오후 10시30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 한솔병원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던 대일산악회 회장인 김근섭(43) 씨는 말을 잇지 못한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왼팔에 링거를 꽂은 채 휴대전화로 산악회 회원들의 전화번호를 하나씩 확인하며 성주군 등 사고대책본부에 알려주고 있었다. 24일 오후 5시40분쯤 성주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에 탔던 산악회원을 이끌었던 산악회 회장인 탓에 책임감이 더 무거워 보였다.

김 씨에 따르면 이날 사고를 당한 승객들이 소속된'대일산악회'는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대전지역 등산 동호회이다. 현재 24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한 이 산악회는 매달 넷째 주 정기 산행을 간다. 김 씨는 지난달 경남 통영 사량도에서 등반을 했고, 이날도 회원 41명과 함께 대전에서 출발해 성주 가야산을 오른 뒤 등산이 끝나고 합천 해인사에 잠깐 들렀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 사고를 당했다.

김 씨는 사고가 나기 직전 버스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회원들에게 '안전벨트를 매라'고 소리쳤다. 김 씨는 "내리막길로 접어들 때쯤 기어에서 '탁탁' 소리가 났다. 운전 기사한테 물어보니 '기어가 안 들어간다''브레이크가 안 듣는다'고 하길래 큰일났다 싶어서 회원들에게 안전벨트를 매라고 소리쳤다"고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같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순영(52'여'대전 동구 자양동) 씨는 "나는 통로 쪽에 앉아 있어서 많이 다치지 않았지만 버스가 창가 쪽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창가에 있었던 사람들이 심하게 다쳤다. 버스가 추락하면서 뒤에 있던 의자들이 앞쪽으로 모두 밀려와 우리를 덮쳤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오른쪽 눈에 멍이 든 채 치료를 받던 이원규(62'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씨는 "앞에서 셋째 줄에 앉았는데 버스 출발할 때부터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버스가 완전 부서졌는데 이렇게 살아있어서 천만다행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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