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실크로드] (17) 카스 청진사

중국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위구르인들 '정신적 구심점' 역할

카스 청진사는 중국에서 가장 큰 이슬람사원인데 건물이 노란색이어서 녹색 숲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카스 청진사는 중국에서 가장 큰 이슬람사원인데 건물이 노란색이어서 녹색 숲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카스 청진사 사원 안에서 정문을 통해 밖을 보면 넓은 광장이 보인다.
카스 청진사 사원 안에서 정문을 통해 밖을 보면 넓은 광장이 보인다.
청진사 내의 창문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녹색으로 아라비안 양식의 문양이 장식돼 있다.
청진사 내의 창문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녹색으로 아라비안 양식의 문양이 장식돼 있다.
하루 다섯 번 예배시간을 알릴 때 사람이 올라가서 크게 외치던 곳. 지금은 스피커를 통해서 알리고 있다,
하루 다섯 번 예배시간을 알릴 때 사람이 올라가서 크게 외치던 곳. 지금은 스피커를 통해서 알리고 있다,

중국의 가장 서쪽에 있는 '카슈카르'까지 왔다. 중국에서는 이곳을 카스(喀什)라고 하는데 '녹색타일의 왕궁' 또는 '옥을 모으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일대는 역사도 깊고 면적도 방대해서 그만치 둘러볼 곳이 많다. 카스시는 인도와 파키스탄 카라코람 하이웨이 등지로 연결되는 천산남로의 교통 요충지여서 예로부터 서역세계와 문물을 교류해 온 국제무역도시다. 신라승 혜초는 '왕오천축국전'에서 카스에 대해 "다시 걸어서 한 달을 가면 소륵(疏勒)에 이른다. 이곳 역시 중국 군사들이 주둔하고 있다. 절과 승려도 있으며 소승법이 행해진다. 고기와 파, 부추 등을 먹으며 토착민들은 모직 옷을 입는다"고 기록에 남겼던 지역이다. 그러나 오늘날 스님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카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며 위구르인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이슬람교의 총본산지인 이드카흐 사원 즉 카스 청진사(凊眞寺)를 방문했다. 뒤에 알아보니 이슬람 사원 중에 청진사라는 이름은 서안, 북경, 홍콩 등 여러 곳에 존재했다. 원래 청진(凊眞)이란 말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중국 내의 식당은 모두가 청진식당이라는 간판을 사용하고 있다. 이슬람사원에서는 이름 그대로 청결하고 참된 곳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이곳에도 입구의 창문 장식 위에 위구르어와 한자로 청진사라는 작은 현판이 붙어있다. 카스 청진사 앞의 넓은 광장에 서서 조금만 뒤로 물러서면 거대한 건물 전경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건물의 색상이 너무 아름다워 찬찬히 부분적으로 감상해 보기로 했다. 파스텔톤의 노란색 건물은 그 뒤로 펼쳐진 녹색 숲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좋은 그림이 되었다. 좌우에 푸른 코발트빛으로 띠를 두른 듯 장식된 첨탑(尖塔)도 높이 솟아 아래를 내려다본다. 좌우대칭의 균형이 종교적인 신성함과 함께 위압감을 느껴 저절로 옷깃이 여미어 진다. 규모는 남북 140m, 동서 120m, 면적 1만6천㎡로 중국에서 가장 큰 이슬람사원이다. 정문은 아치형태로 되어 있으며, 대문의 높이가 17m, 좌우 첨탑은 18m 높이로 거대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1422년에 창건된 이후 여러 번의 보수공사를 거쳐 1872년에 대규모 확장 공사를 하였다. 목조기둥을 이용해 세운 건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과거에는 이슬람교 대학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사원의 원래 명칭인 이드카흐는 위구르어로 '기념일에 예배 드리는 장소'와 '축제의 광장'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자리는 과거에 묘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9세기경에 관료들이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 실크로드를 왕래하던 거상들과 아라비아인 등의 무덤으로 사용되었다. 1533년에 카스의 통치자가 자신의 동생이 죽자 이곳에 매장한 후, 청진사로 개수하여 매주 금요일 예배를 추가하였다. 1962년 중국 정부가 '신장성 문물중점 보호단위'로 지정하면서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되었지만, 문화혁명 때 큰 위기를 맞았다. 건물을 부수기 위해 홍위병들이 들이닥치자 이 지역 무슬림들이 무리를 지어 "청진사를 부수려거든 나를 죽이고 들어가라"며 드러누웠다. 죽기를 각오한 이들의 투쟁으로 이름다운 사원은 파괴되지 않았다고 한다. 1980년대부터는 소외된 위구르족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보수와 증축 공사를 몇 번 하여 현재 규모가 되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여기저기에서 보수공사가 계속되고 있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한편에서는 한 줄로 엎드려 기도하는 무슬림들이 보였다. 주 예배실은 공사관계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인지 바닥에 붉은 양탄자를 깔고 비닐을 두른 별도의 공간에서 경건하게 그들의 신과 소통하고 있었다. 청진사 내에서 비디오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스틸사진이라도 기도하는 모습을 정면에서는 찍지 못하도록 했다. 당연히 예의상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지 관광객 가운데는 바로 앞에서 플래시를 터트리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아무 일없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 순한 무슬림들인 모양이다. 사원 내를 천천히 둘러보니 여기저기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푸른 색상은 천신이 사는 하늘과 위구르인의 조상인 푸른 늑대의 빛깔을 나타낸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녹색을 좋아한다는데 오아시스의 생명체인 나무를 상징하여 기둥색은 모두 녹색이었다.

이슬람을 믿는 각 나라의 대표적인 사원들이 그 나라 무슬림들이 경배하는 성지이듯 카스의 이곳 또한 위구르인들에게 있어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을 하는 곳임이 틀림없다. 청진사는 기도하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신적 구심점뿐만 아니라, 그들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 역할까지 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취하는 동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무슬림들의 발길은 늘 이곳으로 향하고 마음 또한 이곳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도들의 축제일이면 5만 명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원 앞 넓은 광장. 푸른 타일로 장식한 바닥이 이들의 붉은 피로 물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글'사진:박순국 (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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