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무조각의 미감으로 풀어낸 작가의 일생

김성수 '기억 공작소'''' 시리즈 조각전

김성수 작
김성수 작 '꽃을 든 남자'
전시장 내부 모습
전시장 내부 모습

무심한 듯 곁을 주지 않는 표정의 화려한 아주머니, 경비실에서 막 나온 듯한 아파트 경비 아저씨, 지하철에서 마주친 볼이 통통한 여자 아이, 육감적인 몸매의 술집 마담….

조각가 김성수의 새로운 전시에서는 우리 주변의 일상성이 묻어난다. 뭉뚝하게 그리 잘생기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나무와 돌에 새겨진 인물들은 더도 덜도 없이 우리 모습이다.

작가의 전작에서 나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던 행복한 표정의 등장인물들이 땅으로 내려왔다. 대구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기억 공작소-예술+, 미래를 기억하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 그는 나무 조각의 독특한 미감으로 공간을 해석했다.

한쪽 벽면에는 부처인 듯 예수인 듯 거대한 사람이 머리에 면류관을 쓰고 꽃을 들고 있다. 그 비스듬한 아래쪽에는 말을 탄 남자가 그 꽃을 향해 간절하게 손을 내민다. 하지만 말은 꽃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남자는 미끄러질 듯 위태롭다.

작가는 "이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이중적 대치랄까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비극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반대 벽에는 80여 개의 인물상들이 놓여있다. 무심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인물과, 꽃을 든 예수 혹은 부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말을 타고 돌진하는 여자. 전시장 가운데 놓인 여자는 마치 잔다르크와 같은 기상으로 꽃을 갖고 돌격한다. 작은 인형들을 데리고 앞장서 가는 이 여자의 지원으로 작은 인형들은 비로소 살아간다.

"제가 받고 있는 지원과 사랑을 생각하며 이 작품을 만들었어요. 고마운 사람 뒤에 서 있는 내 모습이죠. 나는 참 편안했는데, 앞에서 전투하는 사람은 많이 괴로웠을 거예요."

그에게 특히 '꽃'은 중요한 메타포다. 즐거움의 대상이자, 언젠가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원초적인 본질이다. 이 전시장의 인물들도 모두 꽃을 갈구하고 있다.

그의 목조각이 늘 그러했듯 그는 나무를 섬세하게 다듬지 않는다. 씀벅씀벅, 대충 빚어낸 조각에서 나무의 물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돌 조각은 동네에서 발에 채이는 못생긴 돌 모양을 그대로 살렸다.

이번 전시는 그의 삶을 자서전처럼 엮은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무척이나 소중하다. 그는 '비매품'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전시는 6월 5일까지 열린다. 053)661-308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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