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법천지 파출소 난동 계속 방치할 것인가

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흉기를 들고 경찰을 공격하면 규정대로 권총을 사용해 상대를 적극 제압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권총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아도 부득이한 경우 범인이 흉기를 들고 달려들면 총을 쏴 검거하라는 것이다. 경찰의 무분별한 총기 사용 등 과잉 대응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는 사회 풍조와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때에 따라 총기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조 청장의 이 발언은 최근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발생한 난동 사건 때문이다. 취객이 파출소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데 경찰관이 의자를 들고 방어하는 데 급급하거나 심지어 맞서 싸우는 동료를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치졸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서다. 이에 조 청장은 범죄 대응력이 떨어지는 경찰관에 대한 특별 관리와 함께 퇴출까지 언급했다.

취객의 난동으로 요즘 파출소와 지구대는 날마다 아수라장이다. 경찰관 폭행과 기물 파손, 자해 소동 등 경찰이 동네북이 된 지 오래다. 대다수 국민들은 경찰이 이래서 되느냐며 의아한 눈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직 운영에 연간 8조 원이 들어가는데 파출소 내에서 여러 명의 경찰관이 취객 한 명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언제 어디서든 범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와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는 동사무소 직원과는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실내 근무라고 경찰관이 장비를 풀어놓고 서류나 뒤적이는 해이한 근무 기강부터 바꿔야 한다. 취객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인권이 보호받는 사회가 되려면 무법자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자신의 역할과 공권력으로서의 위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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