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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왼팔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게슈타인'

피아노를 한 손으로만 치면 어떨까. 왼손으로 반주를 하고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치는게 보통이라 한 손으론 아무래도 어색할 것이다. 그렇지만 왼손으로만 이름을 날린, 인간 승리의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1887~1961)이다.

1887년 오늘, 빈에서 오스트리아의 최고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동생이 20세기 최고 철학자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다. 음악 애호가 부모 밑에서 성장했는데 브람스, 말러, 슈트라우스 등 유명 음악가들이 집에 드나들며 어린 그와 이중주를 하곤 했다.

1913년 빈에서 데뷔, 호평을 받았지만 다음해 발발한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러시아군의 포탄에 오른팔을 잃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왼손으로만 피아니스트 생활을 계속했다. 새로운 주법을 연구하고 스승과 유명 작곡가들에게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많이 의뢰했는데, 모리스 라벨이 작곡한 협주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일부에서는 가문의 엄청난 재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지만 그의 의지도 놀라웠다. 그의 덕분으로 '왼손을 위한 피아노곡'은 현재 700곡이 넘지만 '오른손을 위한 곡'은 아주 적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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