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7일 오후 2시 30분.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내 ㈜삼보모토스 공장.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의 공장은 기계들이 계속해서 부품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사람의 손처럼 생긴 기계가 파이프를 이리저리 돌리자 부품의 일부분이 완성됐다. 높이 2m가 넘는 육중한 기계가 '쿵'하는 소리를 내자 자동차 엔진 부품이 찍혀 나왔다. 직원들은 부품 중 불량이 없는지 확인하느라 바빴다. 밤낮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주문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한 직원은 "요즘처럼 바쁠 때가 없다"며 "2교대로도 부족해 추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사장님, 감자탕 3인분 빨리 주세요.", "아줌마, 여기 공깃밥 하나 추가요."
같은날 오전 11시 30분 성서공단의 한 식당. 점심시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종업원들은 밀려오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었다. 2시간쯤 지나서야 겨우 식당이 한가해졌다. 식당 주인은 "하루 매출이 30% 이상 늘어났다"며 "경기 침체기에는 파리만 날리는 듯했는데 이제 슬슬 손님이 몰리고 있다"고 웃었다.
대구 경제의 허파인 성서산업단지가 달아오르고 있다.
주력업종인 섬유와 자동차 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치솟고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1990년 입주를 시작한 성서산단은 2천6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대구 전체 GRDP의 40%를 담당하는 곳이다.
성서산단이 활기를 띠면서 주변 식당가뿐 아니라 주택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성서산단의 부활
2006년까지 73%대를 유지하던 성서산단 가동률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69%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산단 내 공장 가동률이 75.48%로 금융 위기 이전인 2006년을 앞질렀고 올들어 1/4분기에는 76%까지 올랐다.
2009년 5만2천823명까지 줄어들었던 근로자 수도 올들어서만 400명이 늘며 5만4천670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성서 산단의 부활은 우선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호황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고 일본 대지진 여파로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산 부품 수입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섬유도 중국산에 비해 가격과 기술 우위를 확보하면서 1990년대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성서 산단의 전체 매출도 지난해 16조6천억원으로 2010년에 비해 11.5%(1조3천억원)나 늘었고 올해 성장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서산단의 재도약에는 남대구IC~서대구IC 도시고속도로의 지정체 해소도 한몫했다.
산단 내 기업들은 "그동안 도시고속도로 때문에 물류비 낭비가 발생했지만 대구시의 대책으로 산단의 활성화에 가속이 붙었다"고 입을 모았다.
산단의 경기 회복은 인근 식당과 부동산 시장으로까지 번졌다.
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일식집 A 식당은 퇴근 후 회식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사장 전모(49) 씨는 "회사가 경기가 안 좋을 때는 가장 먼저 회식비를 줄여서 2009년 말까지 식당 운영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산단 경기가 살아나자 회식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 수가 늘고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달서구 지역 아파트 전세 가격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8.5%로 급상승했고 중소형 아파트는 매물 부족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공장 부지 없나요
성서산단 경기 활성화는 기업을 불러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산단은 자리를 내주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성서산업관리공단 김낙현 업무부장은 "부지를 요청하는 문의 전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찾는 이들이 많은 만큼 땅값도 급등했다"고 말했다. 성서산업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산단 내 부지 가격은 3.3㎡당 300만~350만원으로 2007년(200만~250만원)에 비해 100여만원이 뛰었다.
급한 사정에 산단 내 몇몇 기업들은 현 위치에서 공장을 늘리고 있다.
삼보모토스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제2공장을 2층으로 증축해 사용 중이다. 최근 성서5차단지에 3만3천㎡의 면적을 분양받았지만 아직 부지조성이 덜된 상태라 임시방편으로 공장을 늘린 것.
이재술 경영지원팀장은"올해 일본 대지진으로 대일본 수출이 30% 감소했지만 1/4분기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0% 증가했다"며 "앞으로 계속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의 증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섬유 회사인 ST원창도 최근 공장을 새로 짓고 직원을 30명 추가했다.
자동차 변속기 부품을 생산하는 경창산업은 지난해 5월 늘어나는 미국 수출용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을 세운 지 1년도 채 안돼서 바로 옆 4만8천500m의 부지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이 같은 성서산단의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서산업관리공단 이재하 이사장은 "불안요인 속에서도 경기악화보다 경기호전을 기대하는 기업들이 더 많다"며 "수출시장 및 품목다변화와 대구시의 행정적 지원이 계속된다면 대구 제1의 산업단지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추미애 "정부 때문에 국민 고통…미리 못 막아 송구"
[기고] 박정희대통령 동상건립 논란 유감…우상화냐 정상화냐
양수 터진 임신부, 병원 75곳서 거부…"의사가 없어요"
'핵볕'으로 돌아온 '햇볕정책'…與 '민주당 대북 굴종외교 산물' 논평
이재명, 진우스님에 "의료대란 중재 역할…종교계가 나서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