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 1시쯤 퇴근 준비를 하던 치킨배달점 주인 박모(41'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갑자기 밀려드는 주문전화에 다시 위생용 장갑을 껴야만 했다.
그는 "평소 이 시간대엔 주문이 거의 없어 문을 닫는데 이날따라 주문이 쏟아져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며 "주문량이 밀려 집에 보낸 아르바이트생까지 불러 배달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치킨집 업주 정모(39) 씨는 "월드컵 경기처럼 새벽에도 주문이 밀렸는데 재료가 바닥 나 다른 집으로 주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날 새벽 4시 박지성 선수가 출전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 바르셀로나 경기로 시내 야식배달 전문점과 치킨, 술집들이 때 아닌'박지성 특수'를 누렸다. 박지성의 활약상을 보기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시민들이 통닭이나 족발 등 야식을 앞다퉈 주문했기 때문.
한 치킨배달점 업주는 "이 시간대에 통닭 주문이 쏟아진 것은 월드컵 경기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라고 했다.
친구들과 배달 치킨을 먹으며 박지성을 응원했다는 이세현(26'동구 신암동) 씨는 "축구 경기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10여 군데를 전화한 끝에 치킨을 주문할 수 있었다"며 "국가대표팀 경기는 아니지만 축구팬 입장에서는 워낙 큰 경기인데다 박지성의 활약까지 지켜볼 수 있어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른 새벽임에도 삼삼오오 술집을 찾는 이들도 적잖았다. 닭요리 전문 호프집을 운영하는 신모(45'여) 씨는 "오전 3시쯤부터 갑자기'박지성 축구 경기를 틀어 달라'며 손님들이 들이닥쳐 경기가 끝난 오전 6시까지 영업을 연장했다"며 "포장해 간 손님들까지 더하면 평소에 비해 매출이 2배는 됐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지구촌에서 4억여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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