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월 현대백화점 개점 앞두고 대백·현대 '명품 갈등'…

대백 "외국 브랜드 매장 철수 통보" 현대 "영업망 무기로 타사 입

대구백화점 매장관리자 A씨는 지난주 공문 한 장을 받고 숨이 턱 막혔다.

매달 우수한 매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한 외국 중견 브랜드가'매장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것. A씨는 부랴부랴 서울 해당 브랜드에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A씨는 "8월 개점을 앞둔 현대백화점에도 입점을 하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매장 두 곳을 꾸려 나갈 이유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말로만 듣던 대기업의 바잉 파워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지역 유통업계 터줏대감인 대구백화점이 현대백화점 개점에 맞서 안방 사수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부분적이지만 유명 브랜드 및 일부 직원들의 현대백화점 이동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탓이다. 대백은 우선 '현대백화점'에 대해 직접 포문을 겨누고 있다.

대구백화점 최영대 이사는"매출 상승폭이 높은 브랜드가 갑자기 철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전국 영업망을 갖춘 현대백화점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며"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이 다가오면서 대기업 유통업체의 횡포에 가까운 활동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대 유통자본의 바잉 파워는 토종 유통업체들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막강한 힘으로 작용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백화점인 롯데'현대'신세계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82% 정도. 여기에 대기업인 한화와 애경이 각각 운영하는 갤러리아백화점과 AK플라자까지 포함하면 백화점 시장은 5대 기업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는 지난해 5월 이랜드리테일에 넘어간 동아백화점 매각도 현대백화점 상륙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백화점은 어떤 브랜드가 입점해 있느냐가 가장 큰 경쟁력이지만 전국적으로 매장을 갖춘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쓰리가 바잉 파워를 앞세워 입점 업체에 압력을 가해 철수 요구를 하면 지방 백화점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의도적인 전략'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숍 매니저 등이 자율적인 이동 현상은 자연스런 일이며 우리가 나서 막을 방도가 없다"며 "바잉 파워를 앞세운 타 백화점 입점 업체 철수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백화점은 지역내 명품 매출 1위 업체 위상을 지키기 위해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대백프라자점은 올해 초 2층 매장 이탈리아 감성의 '트루사르디'를 오픈한데 이어 가을 시즌에도 현대백화점 오픈 대비 리뉴얼과 함께 명품브랜드를 4, 5개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또 'All about You, All about Luxury'란 명품 이미지를 강조한 새로운 TV 광고를 제작했으며 급여를 7% 인상했다.

대백 관계자는 "대백프라자는 50개 가까운 명품 브랜드로 지역 최고의 고품격 명품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명품 전략을 한층 강화해 토종 백화점이란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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