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의원-시장 갈등 주민만 멍든다

상주-공천 후유증 대립각, 영주-대화조차 안해, 경산-자살 공무원 두고

성윤환 의원
성윤환 의원
성백영 시장
성백영 시장

경북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얼굴을 마주치더라도 아예 외면하는 곳이 많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공천권을 둘러싸고 양자 간에 비롯된 감정싸움으로 인해 지역 인사들까지 두 편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

국비 예산확보 과정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따로 뛰고 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둘이 손잡고 함께 뛰어도 모자랄 판에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어 주민들만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주

성백영 시장과 성윤환 국회의원(한나라당)은 같은 성씨(姓氏)인데도 '남남'보다 훨씬 못한 사이다. 둘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성 시장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 "성 의원이 지역을 위해 많이 뛰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반면 성 의원은 "사사건건 맞대응할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며 "선거 때는 전쟁이고 전쟁이 끝났으면 모든 것을 잊고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들어 성 시장과 성 의원은 경북대 상주캠퍼스의 학생 유치방안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정도다.

◆영주

6'2지방선거에서 시장 공천에 탈락했던 김주영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지역 정치가는 시장과 국회의원을 축으로 갈라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 숙원사업과 관련, 국비 예산확보를 위해 시장은 시장대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따로 움직이고 있다. 각종 사업의 유치나 공적도 따로 챙긴다. 심지어 똑같은 사안을 두고 영주시와 국회의원 사무실이 따로 보도자료를 낸다.

두 사람이 각종 행사장에서 만나도 대화조차 없다. 하지만 최근 총선이 다가오면서 '김주영 시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장 의원 측은 그 소문을 반기고 있지만 김 시장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선거 당시 약속한 것처럼 총선 이후에 생각해 볼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인근 지자체들처럼 공개적으로 노골화되지는 않았지만, 미묘한 갈등과 기세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경산

최병국 경산시장과 최경환 의원의 관계는 점입가경이다. 요즘 행사장에서 만나도 마지못해 악수만 할 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지난 4월 감찰 수사를 받다 자살한 경산시청 5급 공무원 K씨 문제를 놓고 양자 간에 치열한 비방전이 벌어져 주민들에게 눈총을 받고 있다. 최 시장이 지난달 말 "최경환 국회의원과 당원, 검찰 수사로 인해 시장직을 더 수행하기 어려워 중도 사퇴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히자, 최 의원은 "(최 시장 측이) 한나라당 당원과 검찰의 유착으로 인한 수사라는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심지어 한나라당을 '살인당'이라고까지 지칭하는 등 악의에 찬 비방을 계속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최 시장이 최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시장직을 사퇴하고 내년 총선에 나올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시민들은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에 뽑아준 것은 주민들을 위해 일하라고 한 것인데 서로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며 "이제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손잡고 지역발전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주'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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