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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스테인리스 속 '상상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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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전 리안갤러리서

김기수 작
김기수 작 '달'

'무언가 흰 천으로 고이 싸두었다.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아니, 무언가 들어 있기는 한 걸까.'

존재와 부재, 실존의 문제를 흰 천을 통해 오랫동안 사색해온 작가 김기수의 전시가 7월 2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대학생 시절부터 흰 천, 그리고 거울에 대해 천착해왔다. "흰 천은 '포장'의 의미예요. 포장을 하게 되면 안에 들어간 내용물의 의미가 사라지죠. 의미 자체를 없애는 작업입니다."

그에게 거울은 존재를 그대로 비추는 철학적 매개체다. 거울과 흰 천이라는 쉽지 않은 개념을 미술로 풀어놓으면서 그는 젊은 작가들 중에 주목받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시키는 흰 천으로 싸여 있는 상자와 스테인리스의 이미지는 대조적이다. 기계적이고 인공적인 재료와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로 단단하게 묶인 매듭은 강한 대비를 이룬다. 열림과 닫힘, 드러냄과 감춤이 반복되는 것이다.

깨끗하고 차가운 스테인리스스틸 위로 먹의 흔적이 부식된 철의 형태로 지나간다. 붓과 먹이 만든 획을 연상시키는 그 흔적은 그에게 '풍경'이다. "섬, 산 같은 자연물을 형상화해서 화면에 넣었어요. 달의 이미지도 있지요. 달이 떠오르는 산이라는 정겨운 풍경이 스테인리스 속에 담겨 있어요."

현대적이고 차가운 느낌의 스테인리스스틸은 작가의 손을 거치며 서정적으로 거듭난다. 한국적인 느낌이 절묘하게 결합된 점도 독특하다. 청도의 한 폐교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성실함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매년 한 차례의 개인전을 거치면서 작품은 점차 진보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입체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작가의 탐색이 엿보인다. 스테인리스를 입체로 만들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돌과 같은 자연물과 조합해 새로운 느낌의 작품을 선보인다. 흰 천 앞에서 관객들은 무엇이나 그 내용물로 상상할 수 있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돈을,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떠올리면 된다. 상상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은 관객들에게 매력적이다. 053)424-220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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