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양안출판교류중심연구부(海峽兩岸出版交流中心硏究部)/九州出版社/2005)
친한 관계일수록 한번 어긋나면 다시 결합하기 어렵다고 하는데도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입니다. 국공내전 이후 철천지원수같이 지내온 대륙 중국의 공산당 대표와 대만의 국민당 당수(黨首)가 만난 것을 보면 말입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라는 상반된 사회이념도 그렇지만 서로 치고받던 과거를 생각하면 참으로 만나기 힘든 적대지간이었던 그들입니다.
그런 양자가 60년의 세월을 딛고 통정의 물꼬를 틔웠습니다. 2005년 4월 29일, 대만 국민당 주석 렌잔(連戰)이 중국 공산당 서기 후진타오(胡錦濤)의 초청으로 대륙을 방문한 것입니다.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양자는 60년 동안 쌓였던 회한을 풀고 '중국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양안동포의 교류와 왕래를 촉진하고 중화문화를 공동 발전시키자고 제안합니다. 서먹서먹함을 없애고 믿음을 가지자고 다짐합니다. 지속적인 양안대화를 통해 양안인민의 복지를 높이고, 적대상태를 그만두고 평화협의를 달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양안의 경제교류를 확대 실시하고 경제협력기제를 만들자는 데 합의합니다. 구체적인 실행조치들도 제시됩니다. 지금까지 금지되었던 통상(通商), 통우(通郵), 통항(通航) 3불통을 해제하여 항공과 해로 직항노선을 개방하고 투자와 무역을 보장하고, 농어업협력을 진행하여 대만농산품의 대륙시장 판매를 허용하는 데 합의합니다. 덕분에 대만은 궁지에 처한 경제상황의 활로를 찾았고, 중국은 안정된 베이징올림픽을 보장받습니다. 해협양안출판교류중심연구부에서 편집한 '렌잔 대륙행'을 보면 그 과정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누가 주선을 하였고,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만남이 중국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후진타오를 만난 렌잔은 시안(西安), 상하이(上海), 난징(南京)도 둘러보았습니다. 역사과정에서 대만섬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인들을 대신하여 그동안 방치되었던 생채기들을 꼼꼼히 어루만졌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대륙 정부를 수용하고 포용합니다.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대륙 중국과 대만, 이념과 세월의 벽을 뛰어넘어 '중화민족'으로 하나가 된 용기가 부럽습니다. 그리고 부끄럽습니다. 아직도 꼬인 실타래의 올을 한 가닥도 풀지 못하고 티격태격하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우리도 중국 사람들보다 더 끈끈하고 뿌리 깊은 '한민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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