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뮤지컬이 뮤지컬 시장을 주도해왔다고 해서 무작정 대형 뮤지컬 공연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특히 창작뮤지컬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소극장 뮤지컬을 활성화시켜 대형 뮤지컬과 공존시키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현재 우리의 제작 여건으로 볼 때 대형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이 드는 소형 뮤지컬의 경우 작품만 좋다면 장기공연을 할 만한 극장 확보가 용이하고 안정된 이윤을 바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극장 뮤지컬 '김종욱찾기'의 성공이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5년 만에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하고 소설과 영화로도 영역을 확장하며 창작뮤지컬의 '원소스멀티유즈'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소형 뮤지컬은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의 실험들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물론 뮤지컬도 관객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공연의 한 장르라고 할 때 그 실험의 한계는 있다. 그러나 뮤지컬의 주류인 대형 뮤지컬에서는 안정된 이윤을 위해 새로운 시도나 모험을 하기 힘들며, 익숙한 번역 뮤지컬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에 비해 소형 뮤지컬은 대형 뮤지컬에서는 별로 다루어보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의 한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조금은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이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지하철 1호선'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로 독일 원작을 한국적으로 번안하여 사회문제를 우리의 정서 속에서 다루어 보려는 시도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소형 뮤지컬의 가능성은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더욱 쉽게 와 닿는다. 브로드웨이의 경우에도 중심부에선 대형 뮤지컬들이 공연되고 있지만 '오프'(Off)' 브로드웨이에서는 중'소극장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올라가고 있고 여기서 검증을 받은 후 다시 중심부로 진출하는 다단계 전략을 취한다. 국내에서도 '형제는 용감했다'와 '젊음의 행진' 등이 소극장 무대에서 검증을 거친 후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공연을 이어가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제 우리도 '오프'에서의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형 뮤지컬을 통한 형상화 능력의 착실한 축적과 수많은 창조의 경험 위에서 참신하고 탄탄한 소형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풍부한 관객층과 배우층 형성으로 이어질 때 창작뮤지컬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들어올 만한 뮤지컬은 다 들어왔다', '수입 뮤지컬은 바닥이 났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남은 시장은 창작뮤지컬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창작뮤지컬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보다 뮤지컬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이라고 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극단 '시키'(四季)가 외국 뮤지컬 수입공연으로 돈은 벌었지만 아직 우리의 '명성황후'나 '난타' 같은 제대로 된 창작뮤지컬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누가 어떤 뮤지컬을 수입하느냐에 이목이 집중되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제작사가 뮤지컬 시장을 평정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검증된 뮤지컬과 달리 창작뮤지컬에는 몇 배의 노력과 제작진의 땀이 필요하다. 수입 뮤지컬이 시장을 키웠다고는 하나 그 관객층이 고스란히 창작뮤지컬로 옮겨갈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창작뮤지컬의 문제점과 과제를 극복하고 다양한 관객개발 프로그램으로 안정된 시장을 만들어 나간다면 창작 뮤지컬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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