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상장사에 개명 바람이 불고 있다. 이름을 바꾸면서 회사 이미지 제고와 세계화 흐름에 발맞춘다는 이유다. 그러나 개명한 기업의 90% 이상이 코스닥 기업들이었고 이 중 일부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총 40곳의 기업이 이름을 바꿨다. 전체 1천679개 종목 중 40건은 미미한 수치로 기업의 이름 교체는 CI 변경 등 이미지 제고를 위해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게 통상적인 추세다. 그러나 올 들어 이름을 바꾼 기업 중 9곳은 투자주의 환기종목이거나 관리종목이었다.
이 중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상장사들의 개명도 7곳이나 됐다. 다만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기업은 보광티에스가 유일했다. 보광티에스는 보광사이버다임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이미지 제고를 이유로 내세웠다.
대구경북 상장사 중 이름을 가장 자주 바꾼 곳은 삼보모토스다. 지난해 8월 티지에너지에서 삼보모토스로 이름을 바꾼 삼보모토스는 2005년부터 4차례 이름을 바꾼 것으로 공시됐다. 아이디씨텍에서 디티비로, 프리샛, 티지에너지 그리고 삼보모토스가 된 것. 그러나 잦은 개명은 삼보모토스로 합병된 티지에너지 시절 개명이다. 공시에 따르면 모두 사업영역 확대를 통한 이미지 제고 때문에 이름을 바꿨다고 밝혔다.
1986년 제일기전에서 시작해 제일엔테크를 거쳐 2007년 세지로 상호변경했던 영진인프라는 2009년 지금의 이름으로 최종 변경했다. 환경관련 기계 제조, 설치 업체인 영진인프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테마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서울 면목동 재개발공사 수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올 들어 대구도시가스는 대성에너지로, 우방랜드는 이월드로 바꿨다. 대구도시가스의 경우 지역색보다 모기업의 이미지를 더했고, 우방랜드는 부도난 기업의 이미지를 씻기 위함이었다. 지난해에는 50년 동안 동양석판으로 알려진 TCC동양이 미래지향적 사업영역 확장 목적으로 한글상호명을 영어식으로 바꾸었다.
대구경북 상장사 중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름을 한 번이라도 바꾼 적이 있는 기업은 모두 53곳(유가증권 상장사 11곳, 코스닥 42곳)으로 전체 98개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었다. 합병 등 정체성 확립을 위해 이름을 바꾼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세계화에 대비하고,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반면 꾸준히 이름을 바꾸지 않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1954년부터 지금까지 이름을 바꾼 적이 없다. 직물사업으로 1954년에 출발한 제일모직은 1977년 패션사업에, 1989년에는 케미컬 합성수지사업에 뛰어들었고 1994년에는 전자재료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이름을 바꾸는 대신 브랜드를 활용해 고급 이미지를 쌓고 있다. 제일모직 측은 "수억원을 들여 개명하는 게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며 사업 영역이 바뀔 때마다 사명을 변경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최근 10년간 이름을 바꾼 적이 없는 대구경북 상장사는 제일모직을 비롯해 대구백화점, 화성산업 등 유가증권 상장사 13곳과 흥구석유, 경창산업 등 코스닥 상장사 8곳 등 21곳에 불과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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