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근대역사관 "안전하다지만…"

계단 벽면 등 온통 실금 투성이…조그만 충격에도 부서질듯 위태

대구 중구 근대역사관 2층계단에 균열이 발생돼 관람객을 불안하게 하고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중구 근대역사관 2층계단에 균열이 발생돼 관람객을 불안하게 하고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3일 오후 대구시 중구 포정동 대구 근대역사관. 광주에서 온 오혜란(28'여) 씨가 1층 계단 입구에서 멈춰 섰다. 오 씨 앞에는 '계단 경사가 심해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가파른 경사도 문제지만 막힌 2층 대리석 계단에는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모서리는 심하게 닳아 불안해 보였다. 오 씨는 "옛 모습이 남아있는 대리석 계단과 3m 높이의 창문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막아놔서 아쉽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렸다. 아이 손을 붙잡고 온 박희숙(32'여) 씨는 "벽면과 바닥이 매끄럽고 반듯한 다른 전시관과 달리 이곳은 옛 건물의 거친 표면 그대로여서 아이들이 넘어지거나 부딪히면 다칠까 염려스럽다"고 했다.

건물엔 전시물로 활용하기 위해 벽돌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부식된 모습 그대로 남겨둔 기둥이 많았다. 윤정희(40'여'대구 중구 대신동) 씨는 "기둥에 색을 입혔지만 속은 다 허물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건물 2층에서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과 벽면에는 거미줄을 친 것처럼 온통 금 투성이였다. 관람객 이모(65'여) 씨는 "조그만 충격이라도 가하면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건물 내부는 새로 도색을 해서 말끔하지만 워낙 금이 간 곳이 많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대구시는 지난 1월 유형문화재 49호로 지정된 옛 한국산업은행 대구지점 건물을 '대구 근대역사관'으로 고쳐 개관했다. 개보수에 투입된 예산만 93억4천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은 지 80년이 넘은 근대역사관은 원형 보존 때문에 완벽한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

시는 건물이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근본적인 보수는 어렵다고 했다. 내부 균열을 수리하려면 외부 타일을 모두 제거해야 하지만 원형을 훼손할 수 있어 곤란하다는 것.

시 관계자는 "근대역사관은 안전진단 결과 구조적인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명했다. 역사관 개보수에 앞서 이뤄진 구조안전진단 결과에서 종합평가등급 'C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이 결과는 경미한 결함이 있지만 전체적인 안정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대역사관에 한꺼번에 많은 관람객들이 들이닥치면 적재 하중이 늘어나 급격한 훼손이나 변형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축 당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이곳을 전시관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건물 내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고 문화재가 훼손될 수 있어 전시관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계명대 이윤갑 교수(사학과)는 "문화재는 원형보존이 최우선이고 공공시설 활용은 그 다음 문제"라며 "훼손된 부분이 있다면 고증을 통해 최대한 복원하고 시설 안전보강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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