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는 겨울에 더더욱 좋다. 소극장 연극도 겨울에는 사람 냄새가 나거나 사랑 이야기가 넘쳐나는 공연으로 채워진다. 바로 그 추위가 사람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내리는 겨울의 매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 필자는 무섭다.
마흔을 넘어 살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면 얼마나 좋을까. 흔히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고 한다. 철없던 시절의 행동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른이 되고 나서도 똑바로 살지 못하고 실수를 거듭해 나간다. 치졸한 이유에서 말이다. 유약한 심성에서 비롯해 말이다. 자동차 안의 휴지를 밖으로 버린 적 있고 가족에게 거짓말한 적 있으며 원고를 미루어 둔 적도 있다. 또 동료를 속인 적 있고 은인을 배신한 적도 있다. 평생 가슴에 인두 자국처럼 남아있을 후회를 하는 사람은 매일 아파하지 않는 자신에게 증오를 느낄 때가 있다. 두려움에 황금 같은 시기를 놓쳐버리고 긴 시간을 가슴 아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 없는 인생은 없다. 누구나 기억하기 싫은 순간은 있다. 물질적 실수는 셈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실수는 셈이 통하지 않는다. 어떤 실수를 했건 중요한 건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실수는 만회해야 할 시간이 길다. 하지만 용서를 빌 시간은 짧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나중에 용서를 구하는 것은 용서받고자 하는 사람에게선 똑같이 용서를 구하는 것이지만 용서를 베푸는 사람에게선 그 의미가 사라져 버린다. 이미 상처받아 만신창이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치명적 실수로 배우는 인생에 고마움을 느낄 줄도 알아야 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조심하게 되며 신앙처럼 자리 잡은 죄의식은 인간관계를 더욱더 조심스럽게 이끌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인생이라 판단하며 살아갈 것이다. 단,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회복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계속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후회는 늦기 마련이지만 후회할 때가 그래도 가장 빠른 때이다. 용서를 구하고 회복을 바라는 것이다. 가슴 졸이며 어딘가에서 움츠러들고 있는 여러분에게 말씀드려 본다. 진심을 담아 용서를 구하자고 말이다. 불가능한 것이지만 가능하다고 믿고 오랫동안 움직이자고. '형 미안해'라고 말이다.
이완기<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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