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박의 작명탐구] 개그맨 김병만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빚어낸 달인'

일요일 밤만큼 아쉬운 시간이 또 있을까. 짧지만 즐거웠던 주말,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KBS에서 방영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만한 것이 없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다음날 출근 걱정, 등교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온 가족이 한바탕 함께 웃고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1999년을 시작으로 13년째 방영 중인 개그콘서트는 일요일 밤의 안방극장을 책임지고 있는 장수(長壽)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를 이루는 많은 코너들 중에서도 당연히 장수코너가 존재한다. 최장수 코너인 '봉숭아학당'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방영하고 있는 코너들 중 가장 긴 수명을 자랑하는 코너는 단연 김병만의 '달인'이다.

"16년 동안 ○○을 연구해 오신 ○○의 달인…"이라는 개그맨 류담의 고정 멘트로 시작하는 '달인'은 김병만의 남다른 노력이 돋보이는 코너다. 햇수로 따지면 2년을 넘는 방영기간 동안, 그는 항상 새로운 도전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때로는 놀라게 하기도 했다.

어떤 것은 보는 사람이 다 괴로울 지경이고, 어떤 것은 우리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낼 고난도의 묘기를 그는 멋지게 해낸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다지만 노력 없이 누구나 그런 묘기를 할 수 있었다면 그는 달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동료 개그맨들 또한 그의 열정어린 노력에 칭찬과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약 4분이라는 짧은 방송시간을 위해 일주일 동안 피나는 노력에 자신을 투신(投身)하는 개그맨 김병만, 그는 진정 노력하는 '개그의 달인'이다.

김병만(金炳萬)은 1975년 7월 29일 전라북도 완주에서 출생했다. 그는 개그맨이 되기 위해 단돈 30만원을 들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여 각종 노동과 신문배달 등 갖은 고생을 했다. 개그맨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고 죽을 힘을 다해 도전했으나, 각 방송국의 개그맨 공채 시험에서 7회 연속 탈락만 반복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한강에 가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토크쇼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털어놓은 적이 있다.

오늘의 달인 김병만을 있게 한 것은 칠전팔기(七顚八起)의 도전정신이었다. 남들 같으면 포기하거나 우회하여 개그맨이 되는 길을 찾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공채를 고집하여 그 뜻을 끝내 이루었다. 예능인과 예술인들의 이름을 보면, 남다르게 식신(食神)과 상관(傷官)이 강하게 작용하는 이름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 그도 부르는 이름의 음운이 수(水)가 강하게 작용하여 식상이 길(吉)한 이름이 되었다. 옛날에는 관성(官星)이나 재성(財星)이 뛰어난 이름을 선호하였다. 관성은 벼슬이니 공무원이 되거나, 재성은 재물을 뜻하니 사업가가 되어 윤택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옛 역서에는 식신과 상관이 강하게 작용하면, 예술적인 소질은 있으나 세인의 시기, 경쟁, 실권(失權) 등으로 말년이 불운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대에는 재능과 재주가 뛰어나고 장인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잘사는 시대이니 식상이 곧 재성이라 하겠다. 한 가지라도 잘하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돈을 잘 번다는 말이다. 김병만, 그도 개그라는 한 가지 전문성을 가진 개그 장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그에게서 배울 것은, 바로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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