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주변에서 벌어진 시위를 보는 우리 사회의 눈길은 착잡하다. 6개월의 분규 끝에 노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외부 세력이 노사 합의 파기를 주장하며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정리해고란 방식으로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재벌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어쨌든 노사 합의가 된 상황에서 제3자가 그것이 잘못됐다며 파기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노사 합의가 과연 노'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도달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가장 쟁점이었던 정리해고 문제는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 처우를 적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합의 사항에 장기 파업으로 극심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던 많은 노조원이 찬성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수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문제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했다. 한진중공업은 3년간 수주를 1건도 못했다며 지난해 12월 175명을 일방적으로 정리해고했다. 수주를 못 한 것은 경영자 책임이며 그것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경영이 어려워지면 근로자도 일정 부분 희생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그 전제는 경영진도 함께 책임진다는 자세다.
이번 시위에는 전국에서 7천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정치인, 노동계 인사도 있었지만 일반 시민도 많았다고 한다. 무엇이 이들을 한곳으로 불러모았는지 한진중공업과 재벌, 그리고 정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억울하게 빼앗기고 있다는 박탈감,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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