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 3대가 9일 오후 4시 대구시민회관 앞에서 출발했다. 이 버스는 대구참여연대가 정리해고를 당한 부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대구경북에서 150명이 참가했다.
이날 대구경북 참가자들은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서도 다른 지역 참가자 1만여 명(경찰 추산 7천 명)과 함께 정리해고를 당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엄마와 함께'희망 버스'에 오른 우승혜(16'경북여고 1) 양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부산역 광장에서 앉아 2시간 동안 세찬 비를 맞았지만 한 마디도 불평하지 않았다."비정규직이 뭔지는 잘 몰라요. 공장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직장을 잃은 400여 명의 아저씨들한테 저의 자그마한 힘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11시쯤 부산역 광장을 출발, 영도대교를 지나 4㎞를 행진한 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1㎞ 앞둔 지점에서 멈춰섰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해 버스 4대로 차벽을 세워 막아섰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물대포, 최루액에 맞서 "정리해고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주말을 반납하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희망버스에 올라탄 이들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보여준 고용불안 문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질적 문제라는 데 공감, 행사에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수(27'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4년) 씨는 "비정규직은 '너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해야 할 '우리의 문제'다. 다른 지역의 일이라고 외면해버린다면 나중에 너무 미안해질 것 같았다"고 했다.
도서관 사서라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세상이 참 각박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이런 문제에 침묵하며 살아왔다"며 "대구에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가 타고온 버스가 대구를 바꾸는 희망의 버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평범한 이웃'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부터 대학생과 주부, 고등학생까지 스스로 희망 버스를 탔다. 주부 박정희(48'남구 대명동) 씨는 "엘리트 위주의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점점 힘을 잃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생인 딸이 입시 준비로 바쁘지만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함께 왔다"고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들어가'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진압으로 무산돼 10일 오후 자진 해산했다.
황수영'백경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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