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정부는 세계육상에도 관심 가져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온 국민이 축하하고 기뻐하고 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강원도 평창이 삼수 끝에 스포츠강국인 독일의 뮌헨을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널리 자랑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대구에서 그에 못지않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다음 달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얼마가 될까. 8월 2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은 평창에 비한다면 거의 전무에 가깝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힌다. 하지만 4년 전 케냐 몸바사에서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개최지로 선정되었을 때 그것은 범국가적 경사라기보다 지방의 한 도시가 유치한 국제행사 정도로 중앙 언론에 보도됐다. 그만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정부와 언론, 국민의 머릿속에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대통령이 IOC 총회 현장을 찾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창 유치를 위해 일부 인사들이 세계를 10바퀴 이상 돌았다고 하는 언론 보도로 보아 정부와 우리나라 유수 재벌들이 어마어마한 지원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앞으로 경기장 건설, 올림픽촌 건설, 선수 육성, 인프라 구축 등 천문학적 투자비용이 더 들어가야 할 것은 이미 명약관화하다. 여기에 더하여 대회 유치를 위해 우리와 관계없는 눈 안 오는 나라의 선수 육성을 위해서도 상당액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 모두를 합하면 수조원이 들지, 수십조원이 들지 모를 일이다. 반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경기장을 새로 지은 것도 없고, 유치 홍보비도 거의 모두 대구시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 운영을 위한 정부 지원은 700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거의 자력으로 성공시키고자 시민의 자발적 협조와 봉사, 기존 시설의 활용 등 눈물겨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올림픽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는 스포츠의 원조인 육상대회가 더 인기종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라톤에서 손기정, 황영조 선수가 세계를 제패한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웬일인지 정부는 동계올림픽에만 올인하는 모습이다. 물론 동계올림픽 유치를 폄하하거나 지원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평창 못지않게 국가 브랜드를 올릴 수 있는 국제스포츠 행사라면 비슷한 정도의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함이 마땅할 줄로 생각한다.

이영세(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