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야 안녕~~~.'
20일 자정 대구 중구 서문시장 동산상가 3층. '띠리링' 요란한 쇳소리가 어둠을 찢었다. 동시에 전화기도 '따르릉'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화재입니까?" 전화선 너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가 직원의 빠른 발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야간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던 인부 2명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였을 뿐인데…. 죄송합니다." 눈이 퀭한 인부는 연방 허리를 굽혔다. 그제야 119 안전센터와 상가 직원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대구의 대표 전통시장들이 화재와 작별을 고하고 있다. 최첨단 화재 방재 시스템을 갖추고 화재 모의 훈련을 실시하는 등 화재 안전지대로 거듭나고 있는 것.
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은 노후한 건물과 점포들이 밀집돼 있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간 잦은 화재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는 경우가 많은 탓에 경각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서문시장 동산상가는 전국 어떤 첨단 빌딩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는 화재 방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문시장 하면 대형 화마가 떠오를 정도로 그간 화재로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 1950년 이후 1억원 이상 화재만 9차례가 발생했다.
우선 작은 불씨라도 감지되면 119 안전센터, 대구시 소방본부와 직접 연결된다. 상가 4개 층에 열감지기만 300여 개가 작동 중이다. 특히 이곳 감지기는 연기나 열에만 반응하는 것과는 달리 빛까지도 잡아내 경보를 울린다. 건물 안에도 180여 개의 눈(화재 감시카메라)이 24시간 지키고 있고 16명의 직원이 순찰을 돌고 있다. 15대의 적외선 감지카메라도 최근 설치했다.
상인들의 '화재 제로' 의지도 강하다. 소방서와 함께 연 2회 대규모 모의 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분기마다 별도의 화재 예방 훈련을 하고 있다. 동산상가 구본길 상무는 "서문시장 2지구가 화재 이후 수년간 장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구 관문시장 역시 화재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현대화 공사를 거치면서 소방도로를 확보했고 노점상들에게는 바퀴가 달린 좌판을 제공했다. 불이 나면 빠르게 좌판을 이동, 소방로를 만들기 위해서다. 비막이 아케이드도 불이 붙지 않고 녹아내리기만 하는 폴리카보네이트 재료를 썼고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개폐형으로 만들었다.
칠성시장은 첨단화재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본 경우. 지난 5월 불이 났지만 경미한 피해에 그쳤다. 2007년 전 점포의 천장을 유독가스를 내뿜지 않는 불연성 그라스울 소재로 바꾼 덕분에 최초 화재 발생 지점에서 불이 더 이상 옮겨 붙지 않았다.
대구시도 전통시장 화재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전통시장에 외국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일부 시장에선 야시장 개장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경제정책과 김철섭 과장은 "최근 대구시와 소방본부가 합동으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소방 안전 점검을 실시했고 특히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많은 외국인이 찾을 것으로 보여 전통시장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서문시장 화재 일지(재산피해 1억원 이상)
일자 화재 원인 재산 피해 인명 피해
1952년 2월 24일 촛불 5억3천500만원(점포 4천200동 소실) 사망 1
1952년 12월 26일 화롯불 15억원 부상 3
1960년 6월 16일 유류 46억8천700여만원(점포 63개 소실) 경상 34명
1961년 2월 15일 불명 2억4천300여만원 소방관 1명 부상
1975년 11월 20일 담뱃불 실화 20억여원(점포 1천900여 개 소실)
1976년 12월 17일 성냥불 실화 11억4천여만원(점포 650여 개 소실) 6명 부상
1977년 2월 4일 불명 150개 점포 소실
1997년 7월 30일 전기합선 1억4천여만원 (점포 9곳 소실)
2005년 12월 29일 합선(누전) 추정 1천여억원(상인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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