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강도가 총 앞에 겁먹은 은행원이 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난 은행을 털러 왔지, 당신 쌈짓돈이나 훔치러 온 게 아니야."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갱스터 존 딜린저(1903~1934)는 멋을 부릴 줄 알았다. 애인을 처음 만날 때도 "내 직업은 은행강도"라고 당당하게 말했고 자신을 쫓는 연방수사국(FBI)에 조롱하는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중'서부를 무대로 11차례의 은행강도와 2번의 탈옥에 성공, 세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의 범행은 1년 남짓 계속됐지만, 곧 파탄이 왔다. 1934년 오늘, 시카고의 한 극장에서 애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나오다 잠복 중인 FBI 요원들에게 사살됐다.
소위 최초의 '얼짱 범죄자'였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사회가 불안한 상태였기에 로빈후드 같은 범죄 행각이 대중들에게 먹혀들었다. 영화 '퍼블릭 에너미'(2009년)에서 조니 뎁이 멋진 모습으로 딜린저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는 지저분한 범죄자였을 뿐이다. 10년간 교도소에서 범죄를 공부하고 은행강도를 모의한 결과물이었다. 신문들이 경쟁적으로 그의 허세와 대담성을 과장 보도하면서 '멋쟁이 범죄자'의 허상을 만든 것이다.
박병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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