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래식 선율 끊이지 않는 교회, 주민'신자 음악으로 '하모니'

대구 정동교회 '정동관현악단' 지산동 명물로

유아부터 50대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뤄진 정동교회 관현악단 단원들이 교회 내 찬양실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유아부터 50대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뤄진 정동교회 관현악단 단원들이 교회 내 찬양실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20일 오후 2시 정동교회(담임목사 권오진'대구 수성구 지산1동) 찬양실. 10명가량의 연주자들이 지휘에 맞춰 관현악 연주연습이 한창이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유아부터 중'고교생, 머리 희끗희끗한 여성까지 합주에 참여하고 있었다. 배민서(4) 양은 5개월 만에 악보를 보고 바이올린을 연주할 만큼 실력이 부쩍 늘었다. 7개월 정도 배웠다는 우금옥(52'여) 씨도 "바이올린을 배우려고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 연습하고 나면 기분이 정말 상쾌해진다"고 말했다.

정동교회는 마치 음악연습실처럼 악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다소 부조화스러운 악기 소리로 인해 이 교회는 왠지 엄숙하고 폐쇄적인 여느 교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 교회는 정동교회 트레이드마크가 된 '정동관현악단'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정동관현악단은 1997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신은숙(49'여) 권사가 있다. 그녀는 정동관현악단을 이끌며 단원들에게 악기 연주도 일일이 가르치고 있다. 임마누엘선교단에서 악기를 배운 신 권사는 "악기의 매력에 흠뻑 빠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악기 연주를 가르치고 싶었다"며 "장난감에 투자하는 셈치고 악기만 사면 무료로 강습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교인 위주로 모였다. 1주일에 2, 3차례 정도 연습하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1년에 2차례씩 발표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자 점점 입소문을 타고 교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요즘은 관현악단이 확실히 자리 잡아 많이 올 때는 1년에 70명까지 모인다고 한다. 교회가 초보자를 위해 바이올린 15대도 구입해 비치해놓는 등 관현악단 운영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도 한몫을 했다.

정동관현악단에는 유아에서 50대 후반 여성까지 신 권사의 손을 다 거쳐 갔다. 그만큼 신 권사의 열정이 남다르다. 중간에 잠시 강사를 채용해보기도 했지만 얼마 안 가 포기했다고 한다. 신 권사는 거의 교회에 살다시피 한다. 평일 오후 초보자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신 권사는 "음악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신 권사는 평소 생활이 곧 음악이다. 끊임없는 독학으로 이제 웬만한 악기는 다룰 수 있을 정도. 신 권사는 "한때 과일가게를 했는데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동관현악단의 이름이 지역에 알려진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7년 전부터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저녁에 수성못 수변 무대에서 단원 40, 50명이 모여 대규모 연주회를 열고 있기 때문. 이전에는 1년에 두 차례 발표회와 알음알음 교회 초청공연을 했지만 권오진 목사가 지역주민에게 봉사하자는 의미로 무료 연주회를 시작한 것이다. 권 목사는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까지 모두 모여 합주를 하니까 관객들이 신기해 하고 더 호응을 보낸다"고 말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인 9월 2일에는 폭염축제의 하나로 같은 장소에서 특별 공연도 할 예정이다

권 목사는 "정동관현악단으로 인해 예배 시간이 더욱 풍성해졌고 사람들도 관현악을 배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교회를 찾아오고 있으며 교회 이미지도 상당히 좋아졌다"며 "앞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음악봉사를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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