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은 말 그대로 질 내부에 발생한 염증 질환으로 산부인과 질환 중 가장 많다. 그만큼 쉽게 생기면서 치료가 잘 안 돼 계속 재발한다는 뜻이다. 한방치료를 위해 찾는 질염 환자의 대부분이 산부인과에서 수차례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질내는 산도 pH 3.8~4.2의 강산성 상태를 유지하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을 방어하고 자정작용을 한다. 질 분비물이 증가할 경우 질내 산도가 떨어져 세균이 번식하고 심할 경우 곰팡이균이 발생하여 악취, 가려움증, 발적감, 불쾌감, 통증 등의 전형적인 질염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경우 산부인과에서는 약물치료와 소독치료를 병행하며 질정제를 사용해 질내 산도 평형을 맞춰주는 치료를 한다. 원인균에 따라 다른 처방도 한다. 질염이 재발하는 이유는 세균이나 곰팡이균 등 원인균을 죽이는 치료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원인균을 제거하는 것은 일시적 호전은 있으나 반복되는 세균 번식을 막지는 못한다.
애초에 질염의 원인은 자궁경부의 분비물 증가에 있고, 이로 인해 질내 산도가 희석돼 발생하는 것이다. 근본 문제를 제거하지 않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근본 대책은 바로 질내 분비물이 증가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인간은 항온동물로 일정한 체온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체온이 정상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 질병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체온이 상승하는 감기인 경우, 해열제를 복용한 후 땀을 흘리며 체온을 조절하게 된다. 반대로 체온이 떨어지면, 인체는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예를 들어 차가운 곳에 오래 서 있으면 콧물을 흘린다거나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는 현상도 이런 원리다. 똑같은 원리로 아랫배 체온이 떨어질 경우, 자궁경부를 통해 분비물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질 내부의 습도가 높아지면서 세균이나 곰팡이균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온도와 습도는 동시에 적절하게 유지돼야 한다. 높은 습도를 제거하는 방법은 질 내부에 직접적인 처치를 하는 것보다 하복부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질 내부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정상 세균들이 자정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질병의 치료는 근본에서 구해야 한다고 했다. 근본을 구하면 질병 치료는 물론이거니와 향후 재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애초에 예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백승희 오드리여성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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