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비가 아까워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콩나물 값을 50원이라도 더 부르면 다른 가게로 가고, 애들 등록금 고지서에 가슴 덜컹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반값등록금이니 무상복지니 하는 논쟁보다 현실성 있는 가난탈피책이 필요하다. 지금껏 어느 정부, 정당들도 앞 다투어 서민안정대책과 장밋빛 미래를 제시해 왔지만 서민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실로 어렵다.
힘들게 돈을 빌려 동네 빵집이라도 내면 조금 있어 대기업이 하는 베이커리에 손들고 만다. 동네 빵집이나 식품 가게를 왜 대기업에서 해야 하는지에 분개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우리나라 서민의 대부분은 자영업자들이다. 그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의 두 배인 30%에 달한다.
우리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자유 시장경제체제를 취하고 있다고 하나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의 가난과 불평등을 대물림하고 있다. 기회균등의 보장이나 노력하면 원하는 사회적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그 실현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진 자나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앞서고 우리 사회는 사랑과 신뢰가 아닌 분열과 갈등,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에 기초한 민주주의적 평등이 정의로운 사회라고 하는 유명 학자의 견해로 본다면 우리 사회는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하며 가진 자들의 베풂과 아량이 더 크게 요구된다. 무엇보다 서민들을 위한 최소 생계는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물가가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더라도 밀가루, 식용유, 돼지고기, 우유 등의 서민 필수품은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정부는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위하여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나 단편적이고 간헐적인 대책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가진 자들로서는 이 사회를 기반으로 구축한 부에 대해서는 주변과 함께 나누어야 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주변의 따뜻한 남 돕기 미담의 주인공은 별로 가진 것이 없는 평범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다. 우리는 역사상 찌들게 가난했지만 나름 살맛나는 사회를 이루어왔다. 찐 고구마 앞에 두고도 웃음 속에서 마실을 다녀왔다. 정부나 지자체도 차제에 물질보다는 우리의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없는 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데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불과 50여 년 전에는 우리 대부분이 서민이었다. 서민들이 살판나는 세상은 우리 모두의 합심과 노력으로 이루어짐을 명심하여야 한다.
서 영 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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