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신주 이설 비용은 민원인 몫?

"건물 외벽 바짝 붙어 방수공사 방해 옮겨달라"…한전 "법적 하자

건물 벽에 바짝 붙은 전신주 때문에 비가 새는 외벽 방수공사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건물 벽에 바짝 붙은 전신주 때문에 비가 새는 외벽 방수공사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대구 수성구 중동 한 가정주택 건물주인 이근호(48) 씨는 건물 방수 공사를 하려다 포기할 처지에 놓였다. 매년 장마철만 되면 벽면에 빗물이 스며들면서 방안에 곰팡이가 피는 탓에 당장 수리가 급하지만 건물과 바짝 붙어있는 전신주 때문에 방수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

건물과 1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세워져 있는 전신주는 일대 12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전신주에 걸쳐 있는 가정용 저압전선과 통신선, 케이블선만 30여 가닥에 이르고 건물 외벽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전신주를 옮기기 전에는 공사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

이 씨를 더욱 당황하게 한 건 한국전력 측의 대답이었다. 전신주를 옮겨달라고 한전 측에 요구하자 비용을 건물주가 부담해야 이설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 씨는 "건물 옆에 마음대로 전신주를 세워놓고는 불편하니 옮겨달라고 하자 오히려 이설 비용을 내라고 한다"며 "2층에 사는 입주민은 비가 올 때마다 습기 찬 방에서 생활하고 있어 수리가 급한데도 도배와 방수 공사 비용보다 전신주 이설 비용이 더 들어갈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 측은 전신주를 이용하는 다른 가구들도 많기 때문에 전신주 이설에는 인근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설 비용은 법적으로 민원인이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전신주 이설이 아니라 건물 보수공사가 목적이기 때문에 민원인이 요청한다면 전선에 커버를 씌우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