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일본축구 유럽파 가가와 2골·러시아 혼다 1골씩 내줘…37년만의 3골차 패배

日, 7명의 유럽파 파워 전성기

◇獨서 뛰는 가가와 2골·러시아 혼다 1골… 한국, 37년만의 3골차 패배 굴욕

국제화된, 정확히 유럽화된 일본 축구는 박지성이 빠진 한국 축구를 갖고 놀았다. 한국축구가 그야말로 일본에 37년만의 대굴욕을 당한 것이었다. 축구는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지 /정신력' '한일관계'를 떠올린다고 해서 극복되는 수준이 아님을 10일 0대3의 대수모로 끝난 한일친선경기가 보여주었다.

상대는 스페인도 브라질도 아닌 일본이었다. 한·일전이었지만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수비수 부상은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뿐 총체적인 부진상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 믿기지 않을 만큼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한·일전 최악의 쇼크가 '삿포로'에서 날아왔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0일 일본 삿포로 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한국 축구는 일본이 자랑하는 유럽파 가가와 신지(2골·도르트문트)와 혼다 게이스케(1골·CSKA모스크바)에게 연속 골을 허용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날 3골 차 패배는 1974년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기전 1대4 패배 이후 처음이다. 자칫 일본 징크스라도 생기지 않을까 우려와 대실망으로 부끄러운 밤이었다.

일제 36년의 역사와 비슷한 37년만의 대굴욕이다.

한국은 박주영(모나코)이 최전방, 이근호(감바 오사카)가 왼쪽,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오른쪽 공격에 나섰다. 일본은 베스트 11 중 7명을 유럽파로 채웠다. 혼다와 가가와, 오카자키 신지(슈투트가르트)가 공격진을 구성했고 최전방엔 재일교포 4세로 2007년 귀화한 이충성(일본명 리 다다나리)이 나섰다.

경기 초반부터 일본에 밀리던 한국은 전반 25분 왼쪽 수비수 김영권(오미야)이 발목 부상으로 빠지며 수비가 무너졌다. 일본은 이 틈을 노려 전반 35분 이근호의 공을 뺐고 엔도가 왼쪽을 돌파하며 내준 공을 가가와가 첫골을 넣었다.

후반 8분 혼다, 10분 가가와가 릴레이골을 터뜨렸다. 혼다와 가가와는 월등한 개인기로 한국 수비수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헤집고 다녔다. 우려하던 일본축구는 더 이상 일본축구가 아니다. 이미 국제화된 세계수준이라는 평들이 눈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다른 팀들에게는 져도 일본에게는 지지 않는다던 입장은 이제 더 이상 성립되지 않았다. 축구 실력이 일본으로 훨 기우는 형국이었다.

작년 5월 남아공월드컵 직전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평가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압도하며 2대0으로 승리했다. 수비수 4명을 제치고 첫 골을 꽂아 넣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일본 축구가 뒷걸음질을 치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시아 넘버원 스타'의 기백에 일본이 완전히 눌렸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원정 경기에서 무패 기록도 이날 날아갔다.

일본 축구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남아공월드컵 이후. 가가와와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 우치다 아쓰토(샬케04) 등이 지난 시즌 유럽 무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유럽파들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부터이다. 특히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전반기 MVP를 차지하며 도르트문트를 우승으로 이끈 가가와는 많은 일본 선수들이 독일로 건너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한·일전에 일본의 유럽파 14명이 소집됐다.

유럽에서 활동하던 가가와와 혼다는 골 결정력도 탁월했다. 유럽 일류선수들에 못지 않았다.

월드컵 3회 연속 출전에 도전하는 조광래호(號)는 내달 2일 레바논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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