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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파워… 외국인 1조3천억 팔자,개미 1조5천억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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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혼조세를 보이는 국내 증시에서 '개미 투자자'의 향방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의 속절없는 매도 행진을 개미들이 막아내며 폭락장을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코스피 시장은 외국인과 개미의 피를 말리는 매물 공방이라는 '전례 없는' 모습을 보였다. 무려 1조2천759억원을 내다 판 외국인의 매도 행진을 개미 투자자들이 무려 1조5천500억원을 매수하며 시장을 지켜냈다.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사상 두 번째며 개미들의 매수 금액은 사상 최대치다.

외국인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찔끔 매도에도 겁먹고 주식을 내다 팔던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한 것.

증권가 관계자들은 "이날 매수세를 보인 개미들의 투자 자금은 대부분 순수한 개미들로 추정된다"며 "외국인 대량 매도에 따른 시장 폭락을 개미가 지켜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9일에는 기관과 연기금이 9천억원에 이르는 순매수를 하며 장중 한때 180포인트까지 폭락한 코스피를 방어했다.

개미들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꼽힌다.

우선 풍부한 자금 유동성,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를 보이면서 갈 곳 없는 자금이 700조~8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10일 기준 고객 예탁금은 21조2천75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회가 되면 '저가 매수'에 나서려는 개미들의 실탄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폭락장 뒤에 폭등장을 경험한 학습효과도 폭락장 속에서 개미들의 '간'(?)을 키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탄탄하고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폭락장 속에서 개미들의 증시 투자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매도 행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개미가 얼마나 막아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외국인은 10일까지 7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들은 9일과 10일 이틀 동안에만 2조4천억원, 급락이 시작된 2일 이후로 보면 4조5천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이 아니라 유럽계 자금이 매도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과 매도한 금액의 대부분이 아직 국내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9일 미국계 자금은 순매도 규모가 1천593억원에 그쳤지만 유럽계 자금의 순매도 규모는 8천759억원에 달했다. 채권에서는 더 차이가 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이달 2일 이후 주식을 팔아치우는 와중에도 채권은 약 9천220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사들이는 것은 미국계뿐이고 유럽계는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까지 번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면 개미들의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외국인 비율이 33%로 상당히 높고 대외 수출의존도가 97%에 이르고 있어 국내 증시는 원천적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개미들의 힘든 싸움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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