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오전 1시 40분 대구시 북구 침산동 동침산네거리. 경대교 방면에서 요란한 조명을 단 오토바이 20여 대가 굉음을 울리며 나타났다. 오토바이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한 뒤 지그재그식으로 차선을 넘나들었다. 위험을 느낀 차량들이 급하게 속도를 줄이자 오토바이들은 차량 사이를 곡예하듯 빠져나갔다. 차량 경적소리와 오토바이 소음이 귀청을 찢을 정도였고 차량과 오토바이가 뒤엉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때 경찰 오토바이 10여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나타나 폭주족 오토바이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경찰은 일사불란하게 폭주족 무리의 후미를 에워쌌다. 곡예 운전을 하던 폭주족 오토바이 2대가 멈춰서자 경찰이 재빠르게 가로막고 폭주족의 오토바이 열쇠를 빼앗았다. 다른 경찰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하는 폭주족 무리를 뒤쫓았다.
이날 새벽 도심 곳곳에서 폭주족들이 광복절을 기념한다는 핑계로 도로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경찰 단속이 강화되자 '정찰조'를 두면서 지능적으로 움직이거나 아예 오토바이 대신 차량을 이용해 폭주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66주년을 맞은 광복절 새벽 도심 곳곳에서 폭주족과 경찰 간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대구경찰청은 15일 오전 광복절 폭주족 특별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14일 오후 11시쯤 폭주족들이 수성구 어린이회관 주변 등에 모인다는 정보를 입수해 단속 전략을 세웠다.
대구시내를 동'서 2개 권역으로 나눈 뒤 동구 망우당공원과 달서구 두류공원을 거점으로 삼고 대구스타디움과 두류공원, 대구EXCO, 서구 이현삼거리 등 폭주족 주요 집결지 4곳과 달구벌대로 등 도심의 간선도로 곳곳에 경찰 병력을 배치한 것.
특히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비해 대구스타디움과 육상대회 선수촌, 주요 숙박시설 주변 단속에도 나섰다. 오토바이 단속이 심해지자 차를 타고 폭주 운전을 하는 이른바 '카폭족'도 부쩍 늘었다.
카폭족들은 차량 창문을 열고 고성을 질러대거나 경음기를 울리며 도로를 질주했다. 이들이 탄 차는 경차에서부터 중형차, 승합차, 수입차 등 다양했다. 그러나 이날 단속된 카폭족은 한 명도 없었다. 불법 구조변경을 하지 않았을 경우 난폭 운전 행위로만 과징금 처분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이날 단속에 나선 한 경찰관은 "오토바이를 타던 10대들이 20대가 되면 차량 폭주족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며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값싼 중고차를 구입한 뒤 머플러와 라이트를 개조해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 경찰관들은 폭주족들이 정상적인 오토바이 운전자를 가장한 '정찰조'를 가동, 경찰의 동태를 파악하는 등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단속에 나선 경찰관은 "평범한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돌면서 경찰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 뒤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려 단속망을 피했다"고 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단속으로 15명을 적발해 4명은 형사 입건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에 폭주족들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 계속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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