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벽화마을] 칠곡-평화기원 벽화

6·25 동족상잔 격전지서 세계 평화를 노래하다

전국의 도시와 동네를 예쁘게 채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시벽화가 생활에 미치는 가치는 매우 다양하다. 생기가 넘치는 모습을 찾아주어 주민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을 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 벽화는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평화기원 벽화다. 전국의 벽화 동호인들이 참여해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다.

◆수도원 담벼락의 평화기원 벽화

칠곡군 왜관읍 군청 입구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담벼락. 이곳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이색적인 벽화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벽화는 미군부대를 건너 칠곡 군청 담벼락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도 이처럼 확고한 주제를 지닌 벽화는 드물다. 그래서 더욱 귀중한 벽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칠곡군은 지난 6월 25일부터 사흘 동안 '평화기원 벽화 그리기 전국대회'를 열었다. 대구예술대가 주최하고 칠곡군이 후원했다. 6·25 전쟁의 격전지였던 칠곡군은 호국 정신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목적으로 평화기원 벽화 그리기 사업을 추진했다. 전국에서 응모한 100여 팀 중 50팀을 선발해 벽화대회를 열었다.

칠곡군 김이환 전략기획과장은 "칠곡의 벽화는 아름다움을 추구한 다른 지역의 벽화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6·25 격전지에서 다시는 동족상잔의 불행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평화를 상징하는 벽화"라고 설명했다.

◆동네 분위기 달라져

"동네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어요. 이곳을 걸어가면 마음마저 산뜻해져요."

회색빛 콘크리트만 가득했던 왜관 시가지 중 한 곳인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담장이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주변이 너무 엄숙한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곳이지만, 그 반대로 멋진 작품들이 화사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제 칠곡군은 시멘트 자국과 지저분한 낙서로 가득했던 골목길 담벼락을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힐 계획이다.

'평화기원 벽화 그리기 대회'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통한 순수 창작 디자인대회로 열렸다. 그래서 단순한 벽 채색작업의 범위를 넘어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평화기원'이란 주제를 담고 있어 전문성을 잘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칠곡군은 벽화작품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퇴색된다는 점을 참작해 유효기간을 2, 3년으로 정하고, 벽화 작품을 도록으로 제작하여 보관할 계획이다.

벽화작업에 참가했던 팀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바디라인 팀은 "태풍이 오는 와중에서도 우리는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6·25 마지막 격전지였던 낙동강 방어선을 기억하기 위해 벽화를 그렸습니다. 아이들은 너무나 신이 나서 그림을 그렸는데 아무것도 없는 벽면에 금세 그림들이 뚝딱 그려지니까 무슨 요술방망이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 거미동 회원들은 "벽화작업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참 많았다. 작업 도중 비가 내려도 아무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 모두의 가슴에 아주 예쁜 무궁화 한 다발씩을 안겨 주었다"고 말했다.

◆미군부대 담벼락도 평화기원 벽화를

칠곡군은 미군 측과 협의해 내년에 왜관 미군부대 담장에도 벽화를 그려 '테마벽화 거리'로 만들 계획이다. 올해 초 평화기원 벽화대전을 기획하면서 미군부대 담벼락에도 1㎞ 정도 테마 벽화거리를 조성한다는 것. 미군 측의 동의를 얻어낸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고엽제 파문 때문에 반미 정서가 확산돼 미군부대 담벼락 벽화그리기가 무산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칠곡군은 평화기원 벽화 전국대회를 격년제로 시행, 다양한 벽화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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