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현장의 또다른 주역 섀도 아티스트] 6)출판 편집자 이효선씨

몇개월만에 작품 뚝딱… 13년 동안 100여권 '産苦'

사진=㈜위즈덤하우스 편집자 이효선 씨가 저자의 원고를 살피고 있다. 편집자의 업무는 모두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원고를 읽고 또 읽어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사진=㈜위즈덤하우스 편집자 이효선 씨가 저자의 원고를 살피고 있다. 편집자의 업무는 모두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원고를 읽고 또 읽어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독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구입할까. 그 책이 흥미로울지, 아닐지는 읽어봐야 아는 만큼 책 구입은 언제나 불만족의 위험을 내포한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독자들은 주로 신문의 서평과 각종 광고, 작가의 유명도, 먼저 읽어본 지인들의 권유, 출판사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책을 구입한다. 일부 마니아들은 인터넷의 댓글, 더 나아가 그 책의 편집자가 지금까지 보여준 성향까지 고려한다. 믿을 만한 출판사에다 자신과 성향이 엇비슷한 편집자가 만든 책이라면 불만족의 위험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책을 내기 전에 시장 반응, 자사의 색깔과 분위기, 작가의 지명도, 원고의 완성도 등을 고려한다. 물론 잘 팔릴 것을 기대할 수 없거나, 작가의 지명도가 높지 않더라도 '출판의 필요성'에 따라 책을 내기도 한다.

작가들뿐만 아니라 편집자들도 각자 추구하는 방향이 있고,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 따라서 독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뿐만 아니라 특정한 편집자의 성향과 과거 출판 경력을 고려해 책을 구입하면 만족도는 더 높일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춘 첫 번째 독자인 편집자가 그 원고를 책으로 출간하기로 결정했다면 신뢰할만하기 때문이다.

◆매력적이면서도 고달픈 일

출판 편집인 생활 13년째인 이효선 씨는 지금까지 약 100권의 책을 만들었다. 편집자들이 1년에 만드는 책 숫자는 천차만별이지만 이 씨가 소속돼 있는 ㈜위즈덤하우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편집자 한 사람이 1년에 6∼8권의 책을 책임진다.

편집 업무의 매력은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새로운 책을 만든다는 점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은 기쁜 일이고, 그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남긴다는 것은 보람 있느 일이다. 그러나 언제나 낯선 내용 혹은 낯선 분야와 접촉해야 한다는 점은 매력인 동시에 어려움이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만큼 편집자 업무는 즐거운 동시에 피로하다. 이 씨는 좋은 편집자가 되려면 열린 마음과 지식, 예리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이라는 매체의 성격상 편집자는 인문적 소양이 풍부해야 합니다. 트렌드를 읽는 눈과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어떤 책이 누구에게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는 또 책 출판과정 전체를 컨트롤하는 코디네이터이므로 작가와 소통,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제목과 부제, 책표지 문안, 소제목, 발문 등을 뽑는 감각과 디자인 감각도 있어야 하고요."

실제로 같은 원고라도 어떤 편집자가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느낌이 다른 책이 되기 일쑤고, 시장에서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씨는 "편집자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있는 매개자인 만큼 양쪽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독자만 생각해서도, 반대로 작가 입장만 고려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었다.

◆아이디어 회의부터 제작 완료까지

한 권의 책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편집자는 총사령관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한 원고가 입수되어 있을 경우에는 원고 검토와 수정작업을 거친 뒤 원고의 방향에 대해 작가와 협의한다. 이 같은 협의를 바탕으로 작가는 최종 수정 원고를 출판사에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정한 원고가 없을 경우 편집자들과 전문 기획자, 마케팅 담당자들이 아이디어 회의와 기획회의를 통해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그 책의 주요 독자는 누구인가'에 따라 구성안을 마련하고, 필자를 섭외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출판사 편집자의 손에 원고가 들어온다. 이렇게 입수된 원고는 적게는 1'2회, 많게는 수회에 걸쳐 편집자와 작가 사이를 오고가며 수정작업을 거치게 된다.

일단 최종원고가 들어오면, 디자인 발주(디자인 요소인 사진, 일러스트 등), 본문디자인 작업, 교정, 저자 교정, 최종교정, 필름출력, 필름검판, 제작발주(용지 및 후가공 등 결정), 인쇄 감리, 인쇄물 확인, 제본, 후가공을 거쳐 제작을 완료한다.

편집자는 원고를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직종이다. 읽는 과정에 오탈자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윤곽 수정, 첨삭할 부분 정리 등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수행한다. 원고가 정리되면 내부회의와 외부 모니터링을 통해 제목을 결정하고, 책값, 띠지 유무, 양장 제작 여부 등 제작 사양을 논의한다.

이렇게 제작된 책은 출판시장의 배달구조에 따라 전국 각지의 서점과 도서관으로 배달된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의무적으로 2∼6권을 납본하여 비치한다. 출판 뒤 독자들의 피드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음 책 출판에 고려하는 역할까지 편집자의 몫이다.

◆숨어있던 오'탈자 책 만든 뒤 나타나

1년에 7, 8권의 책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획회의부터, 수정작업까지 제작 전반을 모두 떠맡는데다가, 시장 반응에 따라 자신의 업무 성취도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효선 씨는 "특히 저자는 몇 년에 걸친 연구와 구상 끝에 책을 쓰지만, 편집자는 단 몇 개월 만에 그 원고를 파악하여 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저자의 내공을 따라갈 수 없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오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완벽한 책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압박감에 시달리다보면 오탈자들의 습격을 받거나 본문이 뒤죽박죽된 책을 받아드는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참 희한한 일은 몇 번이나 교정을 볼 때는 꼭꼭 숨어서 보이지 않던 오'탈자나 오류가 책으로 나오면 '나 좀 봐주세요'하며 떡하니 고개를 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더니 나타나지 않아야 할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이럴 때면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은 힘들고 시장의 반응을 기다리는 과정은 초조하다. 그러나 꼭 책으로 남겨야 할 책을 출간했을 때, 책이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을 때 편집자들은 행복하다. 독자와 마주 앉아 사인회를 여는 사람은 작가지만, 그 모든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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