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망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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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밭만 갈아 피는 꽃

비탈진 밭이랑의 구름떼

짧은 여름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망초꽃

양문규

살아가면서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답니다. 사랑과 기침이라 하더군요. 하나 더 보탠다면 '가난'도 해당하지 않을까요. 지천명에 들어 늙으신 아버지의 그늘에 의탁한 시인의 마음이 망초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묘수를 부려도 좀체 떠나지 않는 가난은 '밭만 갈아 피는 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요즘 망초꽃 한창입니다. '망초' 그 어여쁘게 생긴 놈은 어감도 불우하며 그다지 귀하신 몸이 아닌 데다 쓸모를 따지지 않을 수 없어 미안키도 하지요. 더구나 농사짓는 사람에게 '망초꽃'은 하나 곡식이나 채소도 되지 않는 것이거늘 저 무심의 세월처럼 해마다 찾아와 꿈을 하얗게 뒤덮어 버리니.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이 육신의 비애 함께 저 꽃이 알겠지요.

그러나 짐짓, 가난이 가난을 알아본다고, 이 시인이 망초꽃을 제대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장자가 말한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상의 환한 구름떼, 버려진 땅을 별밭으로 경작하고 있어요. 천변만화하는 삶의 내력을 짐짓 발아래 깔아주고 있어요. 저 망초꽃 무리 귀향한 만휘군상의 존재 아닌가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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