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개봉한 '딥 임팩트'(Deep Impact)란 영화는 혜성 충돌로 인한 지구의 대재난을 묘사한 것이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파괴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이 함께 만든 우주선을 쏘아 올리지만 혜성의 핵폭발에 실패하면서 인류는 최후의 생존 작전에 돌입한다는 내용이다.
공룡을 멸종시킨 운석의 지름이 2㎞였음을 감안하면 대도시 크기만 한 혜성과의 충돌은 과연 '딥 임팩트'라고 할 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10년 후에 나온 달과의 충돌 위기를 다룬 재난영화 제목은 '임팩트'(Impact)로 오히려 앞의 딥(deep)이라는 수식어가 빠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달과의 '임팩트'에는 차라리 마땅한 수식어가 없어서일까. 아무튼 지구가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될 달과의 충돌 위기에 전 세계 인류는 하나로 뭉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 모든 국가의 탄도탄을 동원하고 세계 최고의 우주인을 달에 보낸다. 핵폭발의 충격으로 달의 궤도 수정을 유도함으로써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인류 멸망이라는 대재앙 앞에서는 국가와 민족이 따로가 아니었다.
사람이 40대 중반이면 배가 나오듯, 46억 살이 된 지구도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극지방의 얼음 녹은 물이 적도(赤道) 쪽으로 몰리면서 복부비만이 된 것이다. 성인병이 온 인체처럼 지구도 이제는 체형상으로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음인가.
일부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든 이 새로운 지질시대를 주목한다.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기인 인류세(人類世)라는 용어의 연대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복부비만이 된 지구의 새 지질시대 즉 인류세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것이다. 지구의 생태계와 시스템을 파괴하고 교란해온 인류의 역사에 대자연은 벌써 그렇게 앙갚음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그 방증이다. 폭설과 토네이도, 극심한 가뭄과 대홍수, 예측 불허의 집중호우와 태풍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도 예외가 없다. 이 같은 지구 종말과 인류 멸종의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파괴적인 욕심은 그칠 줄 모른다.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道法) 스님이 참회 선언을 했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고 있다'는 통렬한 자기반성이다. 이 선언이 종교 간 화해와 세상의 평화로 이어져 복부비만에 걸린 인류와 지구를 치유하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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