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록스타 같은 육상선수, 스티브 프리폰테인

록스타가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그가 출전하면 구름 같은 관중이 운집해 'Go, Pre'를 외쳤다. 올림픽이나 세계육상대회에서 메달 하나 따지 않은 선수가 그런 대접을 받은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스티브 프리폰테인(1951~1975)은 육상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튀는' 선수였다. 구레나룻을 기른 얼굴, 긴 머리, 강한 승부욕, 돌출 발언은 여성팬들을 대거 육상경기장에 끌어들였다. 염문도 끊이지 않았다.

중장거리 선수였지만 스타트부터 치고 나와 선두만 고집했다. 레이스 중 상황을 보며 선두로 나서거나 막판 스퍼트에 치중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는 육상의 상식을 거부했다. "달리기는 예술이다. 작전은 필요 없고 오직 열심히 뛸 뿐이다."

오레곤대학 시절 미국에서 2,000~10,000m의 중장거리 7종목을 휩쓸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1972년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뮌헨올림픽이 열렸다. 5,000m에서 선두로 나섰다가 막판에 뒤처지면서 4위에 그쳤다. 최후까지 극적이다. 1975년 파티를 끝내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죽었다. 고작 24세였다. 미국 육상의 마지막 '백인' 스타였던 만큼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2편(프리폰테인, 위드아웃 리밋)이나 만들어졌다.

박병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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