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모델에게서 우승을 앗아가는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도 샐리 피어슨(25'호주)을 막지 못했다. 3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피어슨은 첫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날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모델이었던 피어슨은 스피드와 기술, 정신력에서 다른 선수를 압도했다. 피어슨은 반응속도 0.145초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빠르게 출발해 초반부터 앞서갔다. '자신만의 레이스에 집중한' 피어슨은 다른 선수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맨 먼저 결승선에 안착했다. 12초28로, 12초34이던 세계선수권 기록을 1987년 이후 24년 만에 갈아치웠다. 1988년 수립된 세계기록(12초21)에 0.07초 뒤진 기록으로, 아깝게 세계기록 경신을 놓쳤다.
피어슨의 스피드는 압도적이었다. 허들 사이를 짧은 보폭으로 휘저었다. 상체는 흐트러짐 없이 고정되었고 허들을 넘는 다리는 빠르고 정확했다. 안정된 리듬으로 물 흐르듯 허들을 넘었다.
피어슨의 우승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피어슨은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더 강해졌다. 같은 날 열린 준결선에서 12초36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이 종목 올 시즌 최고기록(12초48)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7월 기록을 불과 두 달 만에 갈아치우며 엄청난 상승세를 증명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돈 하퍼(27'미국)에게 져 은메달에 그쳤던 피어슨은 이날 우승을 확정지은 후 울컥했다.
피어슨은 "그동안 마지막 4, 5개 허들이 약점이어서 항상 막판에 추월당했다"며 "몸을 더 강하게 만들어 레이스 끝까지 힘을 낼 수 있는 훈련을 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기록(12초21) 극복도 충분히 가능하다. 오늘도 더 가까워졌고 기록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며 세계기록 경신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2, 3위를 기록한 미국의 대니엘 캐루터스(32)와 돈 하퍼는 개인 시즌기록(12초47)을 세우며 피어슨을 쫓는 데 그쳤다. 두 선수는 같은 기록으로 들어왔지만 비디오 판독으로 메달 색깔이 갈렸다.
캐루터스는 오늘까지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기록을 계속 앞당겨왔지만 은메달에 머물렀고, 2008년 올림픽에서 피어슨을 꺾고 단상 제일 높은 곳에 섰던 하퍼는 이번 대회엔 단상에 서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캐루터스와 하퍼는 기자회견에서 "피어슨의 오늘 기록은 놀랍다. 이 때문에 우리도 세계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동기가 생겼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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