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각 지역의 빼어난 학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융숭한 대접을 한 후에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진리를 담은 책을 편찬하라고 주문하였다. 그리하여 학자들은 수년에 걸쳐 많은 자료들을 정리해서 십여 권의 서책을 왕에게 건네주었는데, 왕은 책의 권수가 너무 많다하며 못마땅했다. 또한 자꾸만 최소화 시켜서 일목요연한 진리가 드러난 책을 요구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촉과 성화가 심해진 왕이 미웠지만 학자들은 그동안 왕에게 많은 재물과 호화로운 생활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마지못해서 울컥한 기분으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라고 하며 푸념 섞인 어조의 짧은 글 한 편을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을 건네받은 왕은 "바로 이 말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진리일거야!" 하며 의외로 감탄을 연발하며 흡족해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예화와 관련해서 볼 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경제적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가끔씩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우스갯소리 같은 진리가 문득 떠올려질 때가 많다. 가령 누군가 원초적 집단인 가정에서조차도 부모 자식 간의 절대적 공짜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자식이 출생하면 혈육의 인연으로 부모들은 자신의 모든 자양분을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그 자식들은 훗날 성장하여 반포지효의 정을 부모님께 반드시 되돌려줘야 한다. 이것은 뿌리 깊은 우리 전통 유교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 지켜야 할 도리이며, 암묵적인 대가(代價)일 수도 있다. 비록 인간관계의 정의적 측면이 물질적인 것에 예속될 수는 없겠지만 경제성의 원리에 입각한다면 세상에 그만큼 공짜는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맨큐는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를 제시하면서, "경제 원칙 중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말은 앞서 언급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것과 약간의 표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포적 의미는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즉 무엇인가를 얻었다면 그 대가로 또 다른 무엇인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든 선택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스스로의 올바른 선택에서 득과 실을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던 '무상급식'의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무상'(無償)이라는 개념을 짚어보면 '어떤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급식비를 낼 여력이 부족한 집의 자녀에게 급식을 공짜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빈부 계층이라는 양면적 존립성이 마치 동전의 겉과 안처럼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에 국가 정책 차원의 무상급식 수혜 범위 및 적용을 위한 잣대의 획은 분명히 다르게 그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삶의 주변을 살펴보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매우 많다. 그러한 이웃들을 위해서 정부는 힘든 경제난 해소와 복지 차원에서 무상급식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자녀들의 급식 지원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일률적으로 정부가 무상으로 수혜를 베푼다면, 그 돈의 충당을 위해 일반 국민들은 물론 무상급식을 제공받는 사람들조차도 결국 자신들의 자녀 급식 값을 스스로 부담하게 되어 이른바 '세금급식'을 하게 되는 모순된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한때 무상급식의 문제를 국민들에게 일시적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삼아 포퓰리즘을 통한 정치인의 대중적인 인기 영합을 목적으로 하는 일면도 엿볼 수 있었는데,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을 자꾸만 떠올려 보게 된다.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합리적인 국책 사업의 예산을 제대로 잘 집행해야만 국가의 기반도 더욱 튼실해지리라고 생각한다.
김국현(올브랜)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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