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는 사형 다음가는 무거운 형벌이었다. 우리나라 삼국사기에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됐고, 정쟁이 일상화된 조선시대에는 유배자도 늘어났다. 유배지는 암흑의 땅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유배객의 자취를 찾아 섬을 탐방하고 그에 대한 글과 사진을 엮었다. 짧게는 20여일, 길게는 27년까지 유배객들의 삶은 제각각이었다.
저자들이 찾은 유배객들 가운데는 정쟁의 피바람 속에서 숨을 거둔 이도 있었고, 유배에서 돌아와 높은 벼슬을 한 이도 있었다. 같은 유배라는 형을 받아도 그 결과는 극과 극이다.
조선 최후의 선비 최익현은 나라를 사랑한 죄로 대마도로 유배됐는데, 비분과 강개 속에 곡기를 끊고 결국 이역 땅에서 숨을 거두었다. 권력 다툼 가운데 신하들에게 폐위된 광해군은 제주도로 쫓겨가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폭정으로 악명을 떨치던 연산군도 교동에 유배돼 생을 마쳤다.
반면 고려시대 이름 높은 문사인 이규보는 변산반도와 위도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며 고작 20여일 머무른 후 최고 권력자로 평생을 살았다. 절해고도 외로운 섬에서 몸과 마음의 안식을 얻는 사람도 있었고 고독과 단절 속에 학문을 단련한 사람도 있다.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면서 위대한 박물학 저서인 '현산어보'와 소나무 벌목을 비판하는 혁신적 논문인 '송정사의'를 남겼다.
이 책은 유배지를 찾아가 유배객들의 삶의 궤적을 더듬는다. 그들이 남긴 문학적, 학문적 업적을 조명하기도 하고 인간사의 아이러니와 비극성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사진이 눈길을 끈다. 368쪽, 1만8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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