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공자 왈(孔子 曰): 직장은 자고로 즐거워야 하느니라.'
공자가 현대사회에 다시 태어나 살고 있다면 꼭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생활하는 직장은 어떻게 보면 가정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즐겁지 않다면 어떻게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직장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도 나와 있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694명을 대상으로 '펀(FUN) 경영 도입'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9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절반에 가까운 46.9%가 '일하는 분위기가 좋아질 것 같아서'를 1순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 같아서'(30.1%)로 나타났다. 도입하고 싶은 펀 경영 프로그램으로는 '업무성과 포상'(보너스 등)이 48.1%로 가장 높았고 '사내 동호회 활동 활성화'가 21.9%나 차지했다.
그렇다. 사내 동호회는 직장의 분위기를 반영해주는 좋은 척도가 된다. 직장의 활기를 느끼려면 동호회 활동을 보면 된다는 말도 있다. 열심히 일하고, 놀 때는 확실하게 놀 수 있는 문화가 반영되는 직장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의 성과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직장 내 활력소인 사내 동호회가 활성화된 사례들을 찾았다.
◆공무원 세계의 동아리 활동
고리타분한 공무원의 시대는 갔다. 다양한 취미 활동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공무원들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행정업무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취미클럽 활성화를 통해 개인의 육체 및 정신의 건강증진은 물론 직원 상호 간 친목을 도모해 즐겁고 건강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구 달서구청의 경우 11개 동호회가 있다. 행복스튜디오부터 축구회, 자전거동호회, 중단세(검도 동아리), 테니스회, 탁구회, 요가취미클럽, 산에가면(산림식물 학습 및 체험), 달서구청 산악회, 스마일 볼링클럽, 배드민턴 클럽 등이다. 행복스튜디오는 직원들의 아름다운 사연, 구정 우수사례, 주요 행사 등을 소재와 맞는 음악과 함께 소개한다. 쉽게 말하면 구청 내 방송반이다.
자전거동호회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고 생활 속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3월 출범했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회원들끼리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즐긴다. 가족사랑 자전거 대행진. 대구 환경의 날 자전거 대회 등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중구청 역시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달서구청보다 많은 13개 동호회가 있다. 등산, 헬스, 볼링, 탁구, 마라톤, 중구 독서, 테니스, 문우회, 당구, 사진, 공연, 낚시, 바둑 등 종류가 다양하다. 중구청 등산 동호회 회원인 양수용 도시관리과장은 "주말이면 산을 좋아하는 직원들과 함께 산행을 다녀오면 직장에 돌아와 더 상쾌한 기분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 천국,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동호회 천국이라 해도 무방하다. 각 업무 특성상 여가활동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사내 동호회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21개 동호회에 무려 1천320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영 동호회인 '수달모'라는 클럽을 보자. 회원 충성도가 가장 뛰어난 이 모임은 '수영의 달인을 꿈꾸는 모임'이라는 뜻에서 '수달모'로 명명됐다.
매월 정기모임을 통해 수영 자세를 교정해주고 다이빙, 플립턴 등 다른 곳에서는 배우기 쉽지 않은 기술을 배우면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매년 북극곰 수영대회, 전국 마스터즈 수영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뽐내고 있으며 격년에 한 번씩 사내 수영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회원은 50여 명이지만 이중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수상안전구조요원 자격증을 갖고 있어 명실상부한 수영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회원 중에는 대구트라이애슬론연맹이 주최하는 철인 3종 경기 수영대회에 참가해 3.9㎞를 1시간20분대의 기록으로 통과한 고수도 있다.
이 밖에 바퀴세상, 난&수석, 스키&보드, 바다사랑, 세계문화탐방 등 이색적인 동호회도 속속 생겨나 사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각종 동호회는 지난해에만 대구시 및 각 구청배 대회에서 우승(테니스'탁구), 준우승(축구'족구'탁구'테니스) 등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깜짝 놀랄 정도의 대기업 동호회
구미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다양한 동호회 종류와 회원 수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직원수가 수천 명에 이르다 보니 그만큼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기업답게 다양한 취미활동뿐 아니라 봉사활동 단체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 동호회의 특징적인 것은 한 취미활동에 대해 여러 클럽이 존재하고 있어, 사내에서도 클럽 간 대항전이 가능할 정도다. LG전자의 경우 볼링 종목에만 8개의 클럽, 야구는 무려 30개 팀이 넘어 사회인 야구리그에 버금갈 정도의 팀이 있다. 팀명도 다양했다. 칠래말래, 마구마구, 거포, 9이닝, 야 슬러거즈, 남이사, 구미 제우스 등. 야구보다 더 많은 것은 축구 동호회였다. 40개 팀이 서로 친선 대항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종교 동호회인 신우회도 2개나 있으며, 각종 레포츠 및 댄스 모임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 달리 축구보다는 풋살 동호회가 훨씬 많다. 동호회만 30개 가까이 됐다. 그리고 농구, 테니스, 당구, 마라톤, 야구, 족구, 검도, 스쿼시, 아이스스케이팅, 헬스, 탁구, 수영, 스키, 약초 캐기 등 모든 종류의 스포츠와 취미활동을 망라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동호회도 있다. 단학, 만남의 광장(여행), 초상화, 만화, 살사, 벨리, 탱고, 영화, 수화, 방송댄스, 사진, 록밴드, 요가, 레크리에이션, 통기타, 바이올린, 노래, 중창단 등 없는 취미생활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종류의 동호회가 2∼5개씩 존재하고 있었다.
구미 삼성전자 홍보부 소평진 차장은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양한 동호회를 지원하고 있으며, 직장 내에서 가장 큰 얘깃거리이자 활력소"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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