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폭염이 어저께 같은데 벌써 가을이다. 길가에 한들한들 피어난 코스모스는 가을을 손짓한다. 가을이 오면 아스라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었던 '추억의 노트'를 뒤적여보자. 추운 겨울 언 손을 호호 녹이며 코흘리개 친구와 구슬치기 했던 기억,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한껏 폼을 잡았던 학창시절, 일탈(?)을 만끽했던 수학여행…. 타임머신을 타고 가을 속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추억의 학교'
"교실 한쪽의 낡은 풍금과 교탁의 회초리. 검은 때로 얼룩진 조개탄 난로, 검정 고무신…."
울산시 북구 당사동에 있는 '추억의 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릴 수 있다. 이곳은 울산 북구청이 폐교된 동해분교를 개조해 옛날 학교의 모습을 재현했다.
추억의 학교에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교정 앞에 매달린 큰 종이 수업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이곳은 추억의 자료관, 추억의 교실, 농어촌 생활관 등 3개 교실로 꾸며 놨다. 먼저 복도에 그려진 팽이놀이, 쥐불놀이, 연날리기, 딱지치기 등 그림이 코흘리개 어린 시절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
첫 번째 교실인 추억의 자료관에 들어서니 고서, 근대 교과서, 성적표, 상장, 완장, 검정 고무신 등 100여 점의 자료들이 즐비하다. 1950년대 이전, 1950, 60년, 1970, 80년 등 연대별 초'중'고 교과서는 물론 공책, 일기장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또박또박 쓴 글씨 위에 그려진 동그라미 5개와 '참 잘했어요'란 도장이 찍힌 빛바랜 받아쓰기 공책은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새록새록 되살린다. 벽에 걸린 빛바랜 교복과 교련복도 지난 추억을 회상시킨다.
"어릴 때 친구와 함께 놀았던 딱지와 교련복에 책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모자를 삐딱하게 썼던 학창시절이 되살아나요."
휴가차 남원(초교 1), 대원(초교 4)이 두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응규(41·울산시 중구 교동) 씨는 교련복을 입어보며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추억의 교실' 앞에는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벌을 받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재현한 모형이 흥미롭다. 교실 안에 들어서자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한 옛날 교실 모습이 초등학생 시절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었다.
잠자는 아이, 뒤돌아보는 아이, 발표하기 위해 손든 아이 등 그 시절 교실 안 모습이 정겹다. 교실 가운데 놓인 난로 위의 양은 도시락도 추억의 세계로 이끈다. 따뜻한 도시락을 먹기 위해 서로 난로 가운데에 놓으려고 자리다툼도 하고, 계란 프라이가 든 친구 도시락을 훔쳐 먹기도 했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린다.
교실 뒤 벽면엔 '일시에 쥐를 잡자' '불온 삐라를 보면 신고합시다' 등의 포스터와 '번개표' 등 각종 빛바랜 광고물이 지난 시절의 흔적을 새기고 있다. '농어촌 생활관'에는 풍로, 남포등, 곰방대, 나막신, 대게 통발, 채낚기 등 옛 물건 70여 점을 보면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하는 듯하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문의 052)298-9038.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담벼락 밑에서 몰래 담배 피우고 술 마시던 성구 아이가, 어서 담배 끊어라." "무슨 소리, 이리 맛 좋은 거 와 끊노."
경주 신라문화원에서 내놓은 '추억의 수학여행'을 떠나면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추억의 수학여행은 추억으로 시작해 추억으로 끝나는 흥미로운 코스다. 신라문화체험장에 도착해 교복으로 갈아입으면서부터 1박 2일 동안 영락없는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학창시절 단골 수학 여행지였던 경주는 많은 사람들의 청춘이 추억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그 시절 친구들과 다녔던 문화재는 그대로이건만 빛바랜 흑백사진 속 주인공들은 주름 가득한 중년으로 변했을 뿐이다. 추억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다. 문의 054)774-1950.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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