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들 "서구청장이 기가막혀"…사욕 채우려 사퇴 배신감

임기를 3년이나 남긴 서중현 전 서구청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구청 문화행사마저 취소되는 등 구정 전반에 차질이 불거지고 있고, 주민들도 '배신감을 느꼈다'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사퇴 시한인 올 12월까지 3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갑작스런 사퇴로 인해 구정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구 서구청은 다음 달 26일 예정된 재'보궐 선거 준비 등의 이유로 구청 자체 행사를 잇달아 취소했다. 10월 초 서구문화회관에서 예정됐던 '가을밤의 음악회'를 열지 않기로 했으며, 20~23일로 예정됐던 통'반장 교육도 무기한 연기했다. 특정 후보의 사전 선거운동을 미리 차단하고 단체 모임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예상치도 못한 재'보궐 선거를 준비하느라 도저히 다른 행사를 개최할 여력이 없다"며 "선거와 관련될 수 있는 민감한 행사를 최대한 줄이는 등 구정 전반이 선거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강한 배신감을 느꼈다" "무책임한 행보" 라고 서 전 구청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여 년간 사진관을 운영했다는 김모(62'서구 평리동) 씨는 "8전9기에 도전하며 서구 발전을 책임지겠다던 구청장이 '총선 출마'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주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사실에 너무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자기 욕심이 앞섰다"는 주민들도 적잖았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백모(46'여) 씨는 "재임 시절 서 전 구청장이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은 민원에도 귀 기울이고 주민들이 문제를 지적하면 빨리 해결해줘서 참 괜찮은 구청장이라고 생각했다"며 "임기가 끝난 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도 될 것을 왜 이렇게 서둘렀는지 모르겠다"며 비난했다.

다른 주민 최모(49) 씨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정당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서 전 구청장을 지지했었다"며 "그런데 주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어기는 사람이었다면 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갑작스런 사퇴는 아쉽지만 대의(大義)를 위한 선택이라면 존중한다"는 일부 의견도 없지 않지만 주민들 대다수는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는 입장이다.

한편 공석인 대구 서구청장 보궐선거가 확정됨에 따라 출마 예정자들의 행보가 19일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 서구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부터 보선 예비후보자를 접수한 결과 윤진 전 서구청장이 등록하는 등 출마예정자들의 본격적인 이름 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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