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살아온 50년 인생을 되돌아보니 우리나라 국토의 등줄기 백두대간을 종주산행했던 당시가 행복했던 순간의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민족의 삶과 정기, 자연의 미, 호연지기를 만끽할 수 있는 수려하고 장엄한 백두대간 종주산행은 2002년 10월 26일에 첫발을 내디딘 후 3주에 한 번씩 46차 산행을 통해 마침내 3년 후인 2005년 9월 25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실측거리 735㎞로 힘든 산악 코스에도 불구하고, 산행 도중 벅찬 희열과 감동을 참지 못하고 그때그때 장문의 산행기를 썼습니다. 의외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언론계 등 다양한 지인들이 동서고금의 좋은 글을 통해 지식을 얻고, 또 특유의 유머 표현으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죽는 날까지 세월이 흘러도 제 가슴 속에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로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백두대간 종주산행과 그 산행기는 제 인생의 보배가 되었고,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인생의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올해 초까지 제가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불우한 동포 고려인 홀몸어르신을 위해 우리 정부가 만든 무료 아리랑요양원 원장으로 일할 때, 어느 날 어여쁜 한국 여대생이 요양원을 방문해 깜짝 놀랐습니다.
1년째 혼자 세계 여행 중이라는 이 아가씨는 요양원에 대해 구소련권 50만 고려인 동포들을 위한 상징적 대표시설이라고 들었다며 시골인데도 물어물어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입소 어르신들도 만나 얘기도 나누고, 꼼꼼하게 물으면서 감동을 받고 갔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로서 도전과 패기가 대견스럽고, 한편으로는 세계 문물을 구경하고 다니는 게 너무 부러웠습니다.
저도 죽기 전에 제가 몸담고 있는 아름다운 별, 지구를 한 바퀴 쭉 돌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로마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지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고 했다는데,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중앙아시아는 세계적으로 유명 여행가들이 꼭 들렀던 곳입니다. 근대 이전에는 동양의 중국문명과 서양의 로마문명을 잇는 실크로드(비단길)의 중심지였기 때문입니다. 대표인물은 역시 장건(張騫'?~BC 114)입니다. BC 139년 중국 전한시절 한무제는 그들을 괴롭히는 흉노를 협공하기 위해서이지만 신하 장건에게 "저 은하수 끝을 가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장건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포로생활도 하고 1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뚫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실크로드입니다.
"저 은하수 끝을 가보라." 이 얼마나 멋지고 감동적 지시입니까. 일국의 지도자는 이 정도 통 큰 구상이 있어야 합니다. 장건은 단순 여행가가 아니라 동양과 서양 두 문명을 잇고, 결국 인류 전체 문명을 풍성하게 만든 문명 창조자였습니다.
우리 선조로는 이역만리(異域萬里) 먼 길을 떠나와 목숨 걸고 중앙아시아 땅까지 온 신라 승 혜초 스님을 떠올립니다.
723년 19살 어린 나이에 겁도 없이 구법(求法)을 위해 신라 수도 계림(지금의 경주)을 떠나 천축국(인도)과 서역인 이곳까지 들렀다가 4년 만에 장안(당시 중국 수도)으로 돌아갔습니다. 부처님의 가호가 있다고 믿고 떠난 길이겠지만 아주 용감한 일입니다.
실크로드 여행의 대명사인 마르코 폴로는 1271년 17살에 이탈리아에서 중국까지 길을 떠났지만 아버지와 숙부와 함께 그냥 어른들을 따라간 여행입니다. 도적떼를 만나고 사막 한가운데서 추위와 배고픔, 고통과 고독에 몸부림치며 홀로 헤쳐나간 혜초 스님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세계 역사상 이렇게 어린 나이에 구도여행을 떠난 이가 있습니까. 신라 승 혜초 스님은 세계 역사에 빛날 분입니다.
혜초 스님은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는데, 인도와 중앙아시아 기록물로 의미가 컸으며 문명권 간 상호 이해와 교류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 기행문인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7세기 당나라 현장 스님의 '대당서역기', 14세기 이븐바투타의 '여행기' 등의 위세에 눌릴 뻔한 우리 후대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듭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기록을 남김으로써 더 가치를 발합니다. '발품의 미학'입니다. 총 130권 약 52만 자라는 방대한 분량의 불후의 중국 역사서 사마천의 '사기'(BC 91년). 사마천은 16년간 중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자료를 모았습니다. 중국 역사의 영웅호걸들이 사마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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