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혼가구 손님, 그 자식이 신혼가구 사가는곳… '원대 가구골목'

60년 지켜온 원대 가구골목

달성초등네거리와 원대네거리 사이의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양쪽으로 가구골목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달성초등네거리와 원대네거리 사이의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양쪽으로 가구골목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는 게 60년 동안 골목이 유지된 비결이죠."

달성초등네거리와 원대네거리 사이의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골목 양쪽으로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가구점들을 만날 수 있다. 유명브랜드 가구점부터 중소업체 가구를 판매하는 가구점까지 없는 가구가 없다.

이곳 상인들은 손님들의 일상을 함께 한다. 신혼가구를 사간 손님이 아이가 생기면 유아가구를 사가고, 아이가 커가면서 학생가구를 사가고, 다시 그 아이가 커서 신혼가구를 사가는 모습을 골목에서 지켜본다. 골목의 가구와 함께 살아가는 손님들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입 모아 얘기하는 사람 좋은 상인들이 있는 곳이 바로 '원대가구골목'이다.

◆가구 공장이 모여 있던 원대동

대구에는 꽤 많은 가구골목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 원대가구골목이다. 1950년대를 전후로 골목에는 직접 가구를 제작하는 소규모 공장들이 많았다. 제작 공장은 소규모라도 일정 규모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임대료가 저렴하면서도 교통은 편리한 서구 원대동 일대가 적합했다.

당시 경상도 일대의 가구는 모두 이곳에서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부산 상인들도 골목 공장에서 가구를 사갔다. 한 상인은 "해방 이후에 피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이 집을 새로 꾸리려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시에는 브랜드 가구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제조공장을 가지지 않으면 가구 판매를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 골목에 있는 가게들은 거의 대부분이 판매전문점들이다. 1960년대부터 대형 가구업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소규모 공장으로는 장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판매형태도 도매가 주를 이루던 것이 지금은 소비자가 직접 쓸 물건을 구매하는 위주로 바뀌었다.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는 골목상인들

달성초등학교에서 원대네거리까지 500여m 거리의 상점은 80% 이상이 가구 판매점이다. 50여 개의 가구점이 모여 있다보니 신혼가구부터 유아용 가구, 학생가구, 사무용 가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브랜드도 많아 국내 브랜드 대부분을 만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대 가구골목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이다. 송인숙(45'여) 씨는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해보고 살 수 있어서 가구 살 일이 있으면 골목에 나온다"며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대도 다양해서 좋다"고 말했다.

골목에는 항상 50, 60여 개 수준의 가구점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 가구점들은 가족경영 형태가 많다.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거나 자녀가 일을 도와 가게를 꾸려간다. 하지만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가게마다 직원을 여러 명을 뒀었지만 지금은 인건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일을 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 외에도 장점이 있다. 손님들에게 가족적인 분위기가 전해진다는 점이다. 상인들이 손님들을 가족처럼 양심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살 수 있다. 한 상인은 "싸게 샀다고 좋아하는 손님들을 보면 그게 보람"이라며 웃었다.

◆진정한 명물거리로 거듭나는 원대가구골목

골목에 60년 이상 상권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서비스 때문이다. 골목 상인들은 한 번 가구를 사간 손님은 평생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가구 관리, 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가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골목의 서비스를 찾아 다시금 골목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싸서 인터넷에서 사봤더니 물건도 부실하고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며 돌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골목 분위기 때문에 손님들은 60년 동안 꾸준히 원대가구골목을 찾고 있다. 2009년에는 서구청에서 지정하는 명물거리가 됐다. 골목 양쪽 끝인 달성초등네거리와 원대네거리에 입간판도 세워졌다.

명물거리로 지정된 후 상인들도 골목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상인들끼리 모여 손님들에게 좀 더 좋은 쇼핑환경을 만들면서 인터넷과 대형 상점들에 밀리지 않도록 홍보 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원대가구골목 상가번영회 이우섭 회장은 "우리 골목은 가구 종류, 브랜드, 가격 등이 모두 다양해서 손님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명물거리로 지정된 만큼 대구의 진정한 명물로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게 상인들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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